
5월에 가볼 만한 여행지를 찾다가 깨달은 게 있습니다. 꽃 사진이 예쁜 곳과 실제로 가족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은 생각보다 다릅니다. 저도 처음에는 "어디가 제일 예뻐?"부터 검색했는데, 가족과 몇 번 다니고 나서는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글은 올해 5월 여행지를 고민 중인 분들이 후회 없이 고를 수 있도록, 현실적인 이야기를 섞어서 정리해 봤습니다.
5월에 꽃이 가장 빛나는 여행지, 어디가 진짜일까
서울국제정원박람회는 2026년 5월 1일부터 10월 27일까지 서울숲 일대에서 열립니다. 올해로 12회를 맞이하는 행사인데, 규모가 해마다 커졌습니다. 2024년 뚝섬 행사가 약 6만 평, 2025년 보라매공원이 약 12만 평이었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큰 역대급 규모라고 합니다.
제가 이런 정원박람회에서 배운 게 하나 있습니다. '가볍게 산책하듯 다녀오겠다'는 생각은 초반 30분 안에 무너집니다. 정원마다 콘셉트가 달라서 "저기까지만 보고 가자"가 계속 이어지거든요. 여기서 정원 전시란 국내외 정원 전문가, 기업, 학생, 시민이 각자 설계한 공간을 실제로 조성해 놓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꽃밭을 걷는 것이 아니라, 공간마다 다른 분위기를 경험하는 구조입니다. 국내 정원박람회의 이런 형식은 RHS 첼시 플라워쇼(RHS Chelsea Flower Show)와 유사한 개념인데, 쉽게 말해 꽃과 나무로 만든 일종의 건축 전시회라고 보면 됩니다.
진안꽃잔디동산은 전북특별자치도 진안군 연장리에 위치한 곳으로, 4월 말부터 5월까지 3만 평 규모의 동산에 꽃잔디가 가득 핍니다. 성인 기준 입장료 6,000원이 있습니다. 꽃잔디(Phlox subulata)란 지면을 빼곡하게 덮으며 피는 낮은 초화류로, 쉽게 말해 잔디처럼 땅을 뒤덮는 꽃입니다. 분홍빛으로 물든 언덕 전체를 보는 풍경은 사진 그대로입니다.
다만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곳은 언덕 지형이기 때문에 걷는 부담이 있습니다.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에 아이들은 "아직 멀었어?"를 반복하고, 어른들은 속으로 전기카트를 탈 걸 그랬나 싶어집니다. 그래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꽃잔디 풍경은 확실히 다릅니다. 올라갈 때 투덜거린 마음이 조금 미안해질 정도입니다.
춘천 강원특별자치도립화목원은 성인 1,000원, 어린이 500원으로 진입 장벽이 낮은 편입니다. 메타세쿼이아 숲길이 특히 인상적인데, 개인적으로 사진을 찍기보다 그냥 천천히 걷고 싶어지는 드문 공간이었습니다.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glyptostroboides)란 중국 원산의 낙엽침엽수로, 수직으로 쭉 뻗는 수형 덕분에 산책로 조성에 자주 활용됩니다. 그 사이를 걸으면 주변 소음이 차단되는 느낌이 납니다.
이 여행지들을 고를 때 제가 현실적으로 체크하는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차 공간이 충분한지, 주말에도 진입이 수월한지
- 중간에 쉴 수 있는 그늘이나 벤치가 있는지
- 아이나 어르신이 걷기에 무리한 경사가 있는지
- 예약이 필요한 곳인지, 현장 방문이 가능한지
이 네 가지 중 하나라도 미리 확인하지 않으면, 꽃보다 불편함이 먼저 기억에 남는 여행이 됩니다.
장미원과 기차마을, 가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
서울대공원 장미원은 5월이 되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집니다. 179종, 38,000주의 장미가 한꺼번에 피는 곳으로, 경기도 과천시에 위치해 지하철 4호선 대공원역에서 도보 접근이 가능합니다. 이동이 편하다는 점이 가족 나들이로 진입 장벽을 낮춰 줍니다.
장미는 벚꽃과 다르게 향이 먼저 옵니다. 멀리서 보면 색이 예쁘고, 가까이 가면 향이 진합니다. 장미터널 앞에서는 누구나 사진을 찍고 싶어지는데, 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여기 서 봐, 한 장만 찍자" 하고 가족들을 세우지만, 아이들은 눈을 찡그리고 남편은 "사람 기다리잖아"라고 합니다. 그 순간에는 조금 아쉽지만, 집에 돌아와서 보면 그렇게 어정쩡하게 찍힌 사진이 오히려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그게 진짜 우리 가족 여행의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장미원은 주말에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여행 통계에 따르면 5월은 국내 봄 여행 수요가 집중되는 최성수기로, 수도권 주요 명소의 주말 방문객 수가 평일 대비 2배 이상 증가합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서울대공원처럼 접근성이 좋은 곳은 특히 그 영향을 크게 받습니다. 오전 일찍 움직이거나 평일을 선택하는 편이 현명합니다.
곡성 섬진강기차마을은 2026년 5월 22일부터 31일까지 세계장미축제를 개최합니다. 7,000㎡ 면적에 유럽 최신 품종 포함 1,004종의 장미가 식재되어 있는 곳으로, 장미원만 보고 끝나는 곳이 아닙니다. 구 곡성역에서 증기기관차를 타고 옆 동네까지 이동할 수 있는 체험도 포함되어 있어 아이들과 함께라면 하루가 꽤 알찹니다.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어린이 4,500원이며 곡성심청상품권 2,000원을 돌려주기 때문에 실질 부담은 낮습니다.
제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꽃을 보러 갔는데 어느 순간 "기차 시간 늦겠다" 하며 걸음이 빨라지는 것도 이런 여행의 현실입니다. 증기기관차(왕복 성인 10,000원, 어린이 9,000원)는 인기가 좋아서 사전 예약이 필수입니다. 현장에서 자리가 없다는 말을 들으면 그날 여행 분위기가 한순간에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익산 아가페정원은 1970년 고 서정주 신부가 노인복지시설인 아가페정양원을 설립하면서 조성된 수목 정원으로, 2021년 전라북도 제4호 민간정원으로 지정되며 일반에 개방되었습니다. 입장료 없이 메타세쿼이아, 섬잣나무, 공작단풍 등 수목 17종을 볼 수 있습니다. 민간정원이란 개인이나 단체가 조성하고 관리하는 정원으로,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수목원과 구별되는 개념입니다. 화려한 축제장보다는 조용히 걷는 공간에 가깝습니다.
다만 주말 방문 시에는 2주 전까지 전화 예약이 필수입니다. 평일 당일 방문은 가능하지만, 주말에 예약 없이 갔다가 "예약하셨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그날 여행이 통째로 어긋납니다. 가족끼리라면 분명 누군가는 "그걸 왜 이제 알아?"라고 할 것입니다.
고창 미당시문학관은 꽃과 문학이 함께 있는 공간입니다. 5월에는 서정주 생가에 데이지가 가득 피는데, 환경부 국립공원공단의 계절별 자생 초화류 개화 시기 자료에 따르면 데이지(Leucanthemum vulgare)는 5월 중순 전후가 만개 시기에 해당합니다(출처: 국립공원공단). 꽃밭만 연달아 다니다 보면 눈은 즐겁지만 마음이 바빠집니다. 그럴 때 문학관처럼 조용히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끼워 넣으면 하루가 조금 정리되는 느낌이 납니다.
5월 여행은 선택지가 많아서 오히려 욕심이 생기기 쉽습니다. 하루에 여러 곳을 욱여넣으면 결국 이동만 하다 온 여행이 됩니다. 저는 요즘 예쁜 사진만 가득한 글보다, 조금 투덜거림이 섞여 있어도 실제로 다녀온 사람의 글이 더 믿음이 갑니다. 한두 곳만 정해서 천천히 보는 것이 "오늘 괜찮았다"는 말이 나오는 여행을 만드는 방법입니다. 이번 5월에는 가고 싶은 곳 하나를 딱 정하고, 나머지는 다음 주말로 미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