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간받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무슨 부위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돼지 어딘가에 붙어 있는 부위겠거니 하고 넘겼는데, 막상 앞에 놓이고 나서야 이건 제가 알던 수육과는 다른 음식이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포항 가족여행에서 우연히 들어간 이 식당이 결국 그 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이유도 그래서입니다.
간받이 수육, 이 부위를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돼지간받이는 갈매기살의 방언식 표현으로, 정확히는 횡격막근(diaphragm muscle)에 해당하는 부위입니다. 횡격막근이란 폐와 복강을 나누는 근육으로, 호흡할 때마다 쉬지 않고 움직이기 때문에 근섬유가 촘촘하고 결이 살아 있습니다. 일반 삼겹살이나 목살처럼 균일하게 부드러운 식감이 아니라, 씹을수록 고기 향이 올라오면서 근막이 살짝 씹히는 식감이 특징입니다.
갈매기살 수육 자체가 흔한 메뉴가 아닌데, 제가 직접 먹어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부위 특성상 근내지방(marbling)이 많지 않아 쪄내는 방식으로 조리하면 퍽퍽해지기 쉬운데, 이 집은 그 부분을 잘 잡아냈습니다. 여기서 근내지방이란 근육 사이에 촘촘하게 박힌 지방을 의미하며, 이것이 적을수록 촉촉하게 조리하기가 까다로워집니다. 그래서인지 혼자 그냥 먹었을 때보다 콩잎에 마늘을 얹어 싸 먹었을 때 맛의 완성도가 훨씬 높았습니다.
이 음식을 두고 의견이 조금 갈릴 수 있다고 봅니다. 부드럽고 순한 고기를 선호하는 분들은 특수부위 특유의 향과 식감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아이들은 처음 한 점에서 반응이 엇갈렸습니다. 반면 어른들, 특히 다양한 식감과 고기 본연의 향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오히려 "이런 부위가 있었나" 싶은 발견이 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식감이 아롱사태와 비슷한 부분도 있고, 씹는 과정이 단조롭지 않아서 먹는 내내 집중하게 됩니다.
반찬 구성도 이 음식의 경험을 좌우하는 요소였습니다. 저는 콩잎, 부추, 김치, 마늘을 각각 시도해봤는데 콩잎과 마늘 조합이 가장 잘 맞았습니다. 함께 간 가족 중에는 부추를 더 좋아한 분도 있었고, 아이들은 의외로 김치에 싸 먹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같은 음식을 놓고 각자 다른 조합으로 먹는 그 과정 자체가 여행지 식사의 재미였습니다.
간받이 수육 방문 전 확인하면 좋을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특수부위 특유의 식감과 고기 향이 있으므로, 호불호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반찬 전체가 술안주 기준으로 간이 맞춰져 있어 짭짤한 편입니다
- 어린아이 동반 시 아이들이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있는지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 식당 분위기가 어른 술자리에 가까우므로, 가족 방문이라면 이른 저녁 시간대를 권합니다
국내 농촌진흥청 축산물 부위 정보에 따르면 갈매기살은 지방 함량이 낮고 단백질 비율이 높은 부위로 분류됩니다(출처: 농촌진흥청). 흔히 다이어트 부위로 알려진 닭가슴살처럼 지방이 적은 대신, 조리 방식에 따라 식감 차이가 크게 납니다. 이 집은 그 조리 방식을 꽤 잘 잡은 편이었습니다.
개복치 대창구이와 포항식 물회, 낯섦이 기억이 되는 이유
개복치 대창구이는 솔직히 저도 처음에 망설였습니다. 개복치라는 이름 자체가 생소했고, 대창이라는 단어가 더해지니 더욱 낯설었습니다. 개복치는 포항을 비롯한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만 소비되는 향토 어종으로, 내장을 활용한 조리가 전통적인 방식입니다. 여기서 향토 어종이란 특정 지역에서만 전통적으로 식용해온 생물 종을 의미하며, 대도시에서는 거의 유통되지 않아 현지에서만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한 점 먹어보니 예상보다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꼬들꼬들하고 쫄깃한 식감이 있었고, 꼼장어와 비슷한 방향이지만 향이 조금 더 부드러운 편이었습니다. 양념 맛이 주된 경험이라 고기 본연의 맛을 크게 느끼기는 어려웠지만, 이건 어디에서도 못 먹어본 음식이라는 사실만으로 충분히 시도해볼 가치가 있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해장으로 먹은 포항식 물회는 또 다른 발견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물회를 국물이 많은 차가운 음식으로 알고 계신데, 포항식은 조금 다릅니다. 처음에는 고추장 양념 소스에 회와 채소를 비벼 먹고, 어느 정도 먹은 뒤에 물이나 육수를 부어 먹는 방식입니다. 이른바 3단계 식사법으로, 같은 그릇 안에서 전혀 다른 두 가지 음식을 경험하는 구조입니다.
제 경험상 이 방식이 합리적이었습니다. 처음에 고추장 소스와 함께 먹으면 양념의 풍미와 회 맛이 진하게 느껴지고, 이후 물을 부으면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 음식으로 변합니다. 아이들은 "왜 처음부터 물을 안 넣어?"라고 물었는데, 솔직히 설명하면서도 저 역시 처음에는 같은 의문이 들었습니다. 직접 경험해보고 나서야 두 단계가 각각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포항식 물회에 제피를 넣는 방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서 제피란 초피나무 열매 껍질로 만든 향신료로, 남해안과 동해안 일부 지역에서 생선 요리에 전통적으로 사용됩니다. 산초와 혼동하는 경우가 있지만 향이 조금 다르며, 국물에 넣으면 비린내를 잡고 감칠맛을 더해줍니다. 제가 대구탕에 제피를 넣어 먹은 건 처음이었는데, 향 하나로 국물 전체의 인상이 달라지는 게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포항은 구룡포 과메기, 물회, 개복치 요리 등 동해안 특유의 향토 음식 자원을 다수 보유한 미식 여행지로 소개됩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관광지 음식이라고 하면 누구나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떠올리는 분들도 있는데, 포항 음식은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낯설고 처음 보는 음식이 많고, 그 낯섦이 기억을 더 오래 붙잡는 역할을 합니다.
이번 포항 식사에서 느낀 건 결국 하나였습니다. 여행지에서 굳이 무난한 음식만 고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가족 중 누군가는 낯설어할 수 있고, 아이들은 익숙한 맛만 찾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간받이 수육 앞에서 각자 다른 반응이 나오고, 물회에 물을 붓는 타이밍을 놓고 의견이 갈리는 그 순간들이 결국 여행의 이야깃거리가 됩니다. 포항에 간다면 이 음식들을 한 번쯤은 경험해보시길 권합니다. 다만 특수부위와 향토 음식 특성상 호불호가 있을 수 있으니, 동행하는 가족 구성에 맞춰 메뉴를 고르는 게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