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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죽도시장 (대게, 포항식 물회, 과메기)

by 카타리 2026. 6. 7.

포함 죽도시장

솔직히 말하면, 저는 죽도시장을 그냥 큰 수산시장 정도로 생각하고 갔습니다. 포항 여행을 계획하면서 "시장 구경도 하고, 대게도 먹으면 되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는데, 실제로 들어서는 순간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바로 알았습니다. 바다 냄새, 생선 비린 내, 기름에 튀기는 냄새, 상인들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공간이었습니다. 그게 죽도시장이었습니다.

대게와 포항식 물회, 시장 음식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다

죽도시장에서 처음 발걸음을 멈추게 한 건 대게 수조였습니다. 아이들이 먼저 달려가서 "이거 살아 있어?", "다리가 왜 이렇게 길어?" 하고 물었습니다. 어른들은 살짝 멀찍이 서서 가격표부터 봤습니다. 그 장면 자체가 가족여행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같은 수조 앞에 서 있는데도 보는 것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대게를 먹을까 말까 꽤 오래 고민했습니다. 가족 단위로 먹으면 금액이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 마리를 주문했고,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수조에 코를 붙이고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살이 꽉 찼으면 좋겠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대게가 나왔을 때는 다들 갑자기 말수가 줄었습니다.

여기서 게 손질 방식과 관련해 잠깐 짚어드리면, 포항 죽도시장의 대게 판매 방식은 산지직거래(産地直去來) 형태를 기반으로 합니다. 산지직거래란 어선이나 양식장에서 바로 시장으로 올라오는 유통 구조를 의미하는데, 중간 유통 단계가 줄어드는 만큼 신선도가 높고 가격 대비 품질이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먹어본 대게는 살이 빈틈 없이 차 있었고, 다리살 한 줄기를 꺼낼 때 자동으로 쏟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대게를 먹는 과정은 그 자체로 기억에 남습니다. 껍질을 벗기고, 다리를 하나씩 부러뜨리고, 살을 빼내는 과정이 사람을 집중하게 만듭니다. 아이들도 처음엔 "어떻게 먹어?" 하다가 살 빼는 법을 한 번 알고 나면 자기 몫을 스스로 챙기기 시작합니다. 그 집중하는 시간이 가족 식탁답습니다.

대게 다음으로 먹은 것은 포항식 물회였는데, 이게 제 예상과 완전히 달라서 솔직히 당혹스러웠습니다. 일반적으로 물회라고 하면 국물이 자작하게 담긴 음식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포항식 물회는 먼저 회와 채소, 고추장 양념을 비벼 먹다가 나중에 육수를 부어 먹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포항식 물회의 발원에 대해 짚어보면, 이 음식은 어시장 상인들이 바쁜 작업 중에 빠르게 먹기 위해 생선을 썰어 양념에 비벼 먹던 데서 시작했다고 전해집니다. 시장의 생활에서 나온 음식이라는 뜻입니다.

아이가 물회 그릇을 보면서 "물이 없는데 왜 물회야?"라고 물었습니다. 그 말이 맞아서 다들 웃었습니다. 처음에 비벼 먹을 때는 회덮밥 같은 느낌이었다가, 육수를 붓자 시원하고 새콤한 맛이 살아났습니다. 시장을 오래 걷다가 그 한 그릇 앞에 앉으면 자연스럽게 말이 줄어듭니다. 그 조용한 시간이 오히려 오래 남았습니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처음 방문하는 분들이 놓치기 쉬운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대게는 주문 전 반드시 시세와 손질비, 상차림비 여부를 확인할 것
  • 포항식 물회는 처음부터 국물이 없는 것이 정상이며, 육수는 요청하면 따로 제공됨
  • 과메기는 쌈채소와 묵은지를 함께 먹어야 비린 맛이 줄어들고 고소한 맛이 살아남
  • 간식 골목은 입구 쪽보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오래된 가게들이 자리하고 있음

과메기와 시장의 시간, 익숙함이 만든 맛

과메기는 포항 여행에서 한 번은 마주하게 되는 음식입니다. 호불호가 분명한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처음부터 좋아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겨울마다 한 번쯤 생각나는 쪽으로 바뀐 편입니다.

과메기는 냉훈건조(冷燻乾燥) 방식으로 만들어지는 전통 식품입니다. 냉훈건조란 낮과 밤의 기온 차를 이용해 생선을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면서 수분을 빼는 건조 방식으로, 포항의 겨울 기후가 이 조건에 최적화되어 있어 죽도시장의 과메기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배경이기도 합니다. 현재 과메기의 주재료는 꽁치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원래 원조 재료인 청어(靑魚)가 어획량 감소로 귀해지면서 꽁치로 대체된 것입니다.

가족들 반응은 갈렸습니다. 어른들은 묵은지와 쌈채소, 마늘을 올려 한 쌈 싸 먹는 방식으로 즐겼고, 아이들은 냄새를 맡더니 조금 뒤로 물러섰습니다. 누군가는 "이 맛을 알아야 하는데"라고 했고, 아이들은 "저는 아직 모르겠어요"라고 했습니다. 제가 직접 쌈을 싸서 먹어보니 비린 맛보다 쫀득하고 고소한 맛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포항에 왔다는 실감은 대게보다 오히려 그 한 쌈에서 더 강하게 왔습니다.

죽도시장 안쪽 골목으로 들어가면 수산물 가게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래된 그릇 가게, 이불 가게, 생활용품 가게가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이 골목을 조금 지루해했지만, 제가 멈춘 건 오래된 그릇 가게 앞이었습니다. 예전 집 부엌에 있던 것 같은 무늬의 그릇들이 보였고, 가게 주인은 억지로 권하지 않고 그냥 보라는 식이었습니다. 그 태도가 오히려 마음을 편하게 했습니다.

전통시장 활성화와 관련해서,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의 연간 방문객 수는 2022년 기준 약 5억 명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먹거리와 체험 요소를 갖춘 시장일수록 재방문율이 높다는 분석이 있습니다(출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죽도시장이 오랫동안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도 수산물이라는 본업과 간식 골목이라는 변화가 함께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간식 골목에서는 오래된 호떡집 앞에 줄이 서 있었습니다. 46년 넘게 같은 판을 쓰고 있다는 집이었는데, 맛이 바뀔까 봐 장비를 바꾸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귀에 남았습니다. 돼지고기 육전도 먹었는데, 아이들은 소스에 찍어 먹는 걸 좋아했고, 어른들은 "막걸리 생각나는 맛"이라고 했습니다. 시장 음식이 특별한 이유는 화려한 조리법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바로 먹는 따뜻함에 있습니다. 포항지역 전통시장 이용 만족도 조사에서도 '먹거리와 현장감'이 방문 만족 요소 1위로 꼽혔습니다(출처: 포항시청).

죽도시장은 완벽하게 편한 공간이 아닙니다. 규모가 크고 사람이 많아 처음 방문하는 분들에게는 어디서 뭘 먹어야 할지 한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주차도 붐비는 시간대에는 쉽지 않습니다. 가격도 여행 기분에 급하게 주문하면 나중에 마음이 찜찜해질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가볼 의향이 생기는 이유는, 그 불편함 안에 살아 있는 시장의 밀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차 안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다들 저마다 다른 장면을 이야기했습니다. "대게 살 많았지", "물회는 처음엔 신기했어", "호떡은 하나 더 먹을 걸", "과메기는 아직 어렵다." 같은 시장을 걸었는데도 각자 다른 여행을 한 셈입니다. 그 각자의 장면이 쌓이는 것이 가족여행이고, 죽도시장은 그 장면들을 만들기에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포항에 간다면 한 끼 식사를 목적으로 가기보다는 반나절 이상 시간을 잡고 걷는 쪽을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CjQAqZDOB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