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직히 강원도 여행을 계획할 때 평창을 가장 먼저 떠올리진 않았다. 속초나 강릉 같은 바다 쪽에 먼저 손이 갔다. 그런데 평창은 한 번 가고 끝나는 곳이 아니었다. 10년 전에도 갔고 작년에도 다시 찾았으니, 우리 가족에게는 세월을 두고 여러 번 돌아온 곳인 셈이다. 산이 만들어내는 풍경과 공기,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그 장면이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
하늘을 날다 — 평창 패러글라이딩
평창에서 가장 잊히지 않는 경험은 패러글라이딩이었다. 사실 이건 온 가족이 함께하진 못했다. 남편은 공황장애가 있어서 높은 곳에서 몸을 맡기는 일이 무리였다. 그래서 남편은 땅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나와 아이들만 하늘로 올라갔다.
가장 무서운 순간은 딱 하나였다. 이륙하려고 비탈을 향해 뛰어내리는 그 순간이다. 발이 땅에서 떨어지기 직전, '내가 정말 이걸 하는구나' 싶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그런데 막상 몸이 떠오르고 나면 무서움은 이상하게도 금방 가라앉는다. 생각과 달리 빠르게 곤두박질치는 게 아니라, 아주 천천히 부드럽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관이 뒤에서 함께 타고 조종해주기 때문에 혼자라는 불안도 없다. 그러니 처음 뛰어내릴 때의 그 짧은 무서움만 넘기면, 나머지는 온전히 즐기는 시간이 된다. 무섭다는 이유로 망설이기엔, 그 재미가 비교할 수 없이 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발 아래로 평창의 산과 들이 천천히 펼쳐지는 광경은, 무서움을 무릅쓰고 타볼 만한 경험이었다. 내려와서 남편을 보니, 우리가 하늘에 떠 있는 동안 계속 올려다보고 있었다고 했다. 직접 타지는 못했어도 가족이 나는 모습을 지켜보던 그 마음도 함께한 여행의 한 장면으로 남았다. 무섭다고 안 했으면 더 아쉬웠을 것 같다. 그런 경험이었다.
10년의 간격을 두고 다시 찾은 대관령 삼양목장
평창의 또 다른 얼굴은 목장이다. 대관령 삼양목장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데, 10년 전에 한 번 갔다가 작년에 다시 찾았기 때문이다. 드넓은 초원이 능선을 따라 끝없이 펼쳐지는 곳인데, 같은 목장인데도 그 사이 아이들이 훌쩍 자라서 즐기는 방식이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목장을 걷는 것 자체가 재미였다. 초원을 따라 오르내리며 동물을 구경하고, 넓은 풀밭을 뛰어다니는 걸 좋아했다. 그런데 이제 다 크고 나니 그런 재미는 시들해졌는지, 걷기보다는 "서로 편하게 움직이자"는 이야기가 더 많았다. 아이들이 자란 만큼 여행의 결도 달라진다는 걸 목장에서 새삼 느꼈다.
작년에는 예상치 못한 일도 있었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양을 가두는 우리의 자물쇠가 바람에 풀려버린 것이다. 아들이 그걸 보고 다시 걸어주려 했는데 아무리 해도 채워지지 않았다. 결국 아들이 직접 목장 관리사무실까지 찾아가 "자물쇠가 고장 난 것 같다"고 신고를 했다. 여행 중 이런 작은 사건 하나가 오히려 그날을 더 선명하게 기억하게 만든다.
목장에는 예전에 없던 새 메뉴도 생겨 있었다. 라면과 햄버거,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는데, 바람 부는 목장에서 먹는 뜨끈한 라면 맛이 제법이었다. 다만 그날도 사람이 워낙 많아서 자리를 잡느라 한참 고생했다.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계절 좋은 날엔 어디든 붐빈다는 걸 다시 실감했다.
공기가 다른 숲길, 월정사 전나무 숲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월정사 전나무 숲이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전나무 숲길인데, 계곡 소리를 들으며 곧게 뻗은 전나무 사이를 걷다 보면 머릿속이 자연스럽게 비워진다. 하늘에서 짜릿함을 느끼고, 목장에서 한바탕 소동을 겪은 뒤, 이 숲길을 걸으며 하루를 차분히 마무리하는 흐름이 평창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마무리
평창 여행은 풍경만 보고 오는 여행이 아니었다. 하늘에선 무서움을 이겨내고, 목장에선 10년의 세월과 작은 사건을 함께 겪고, 숲길에선 마음을 비웠다. 가족 중 누군가는 타지 못하고 기다리기도 했고, 다 큰 아이들과는 예전 같은 재미 대신 다른 방식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갈 때마다 조금씩 달라지는 우리 가족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는 곳, 그래서 평창은 계절마다 또 세월마다 다른 이유로 다시 찾게 되는 곳이다.직히 강원도 여행을 계획할 때 평창을 가장 먼저 떠올리진 않았다. 속초나 강릉 같은 바다 쪽에 먼저 손이 갔다. 그런데 평창은 한 번 가고 끝나는 곳이 아니었다. 10년 전에도 갔고 작년에도 다시 찾았으니, 우리 가족에게는 세월을 두고 여러 번 돌아온 곳인 셈이다. 산이 만들어내는 풍경과 공기, 그리고 무엇보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그 장면이 아직도 또렷하게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