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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리시장 (시장 구경, 제철 식재료, 여행 장보기)

by 카타리 2026. 6. 11.

청량리 농수산물시장

감 한 봉지에 9,000원, 뒷다리살 한 근에 3,900원. 청량리 청과물시장을 처음 걸었을 때 제가 먼저 한 건 가격 비교였습니다. 여행 중에 들른 시장인데 자꾸 냉장고 속이 떠올랐습니다. 사지도 않을 물건 앞에서 "동네보다 싸네" 하고 서 있는 스스로가 조금 웃겼지만, 결국 손에는 봉지가 하나 들려 있었습니다.

청량리 시장, 처음 걷는 사람이 알아야 할 것

청량리역에서 내려 시장 쪽으로 걸어가면 청량리 청과물시장, 경동시장, 수산물 구역이 큰 구분 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처음 방문한 저는 1번 게이트와 2번 게이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한동안 방향을 잡지 못했습니다. 시장을 자주 오는 분들에게는 몸에 밴 동선이겠지만, 낯선 여행객에게는 안내 표지가 조금 더 친절했으면 싶었습니다.

직접 겪어보니 시장 입구부터 구역이 나뉜다는 걸 미리 알고 가면 훨씬 편합니다. 과일과 채소는 청과물 구역에, 수산물과 건어물은 안쪽으로 더 들어가야 나옵니다. 제가 처음 들어선 2번 게이트 쪽은 과일 박스들이 쌓인 구역이었고, 사과·감·배·귤 같은 제철 과일(seasonal produce, 즉 그 시기에 가장 맛과 영양이 좋은 상태에서 출하된 농산물)이 박스째 진열돼 있었습니다. 마트처럼 조용히 가격표를 보는 방식이 아니라, 상인이 먼저 말을 걸고 물건을 권합니다. 익숙하지 않으면 조금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감 앞에서 발이 멈췄습니다. 색이 고왔습니다. "지금 먹기 딱 좋아요"라는 말 한마디에 결국 몇 개만 담아달라고 했는데, 손에 들린 봉지가 생각보다 묵직했습니다. 여행 중에 시장에서 과일을 사는 게 조금 어색하긴 했지만, 숙소에서 꺼내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올라왔습니다.

전통시장의 물가는 마트 대비 평균 10~20% 저렴한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다만 제 경험상 품목마다 체감이 꽤 다릅니다. 과일과 채소는 확실히 저렴하게 느껴졌지만, 수산물이나 특산물은 양이나 신선도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가 어렵습니다. 상인들의 설명이 빠르게 이어지다 보면 분위기에 휩쓸려 바로 지갑을 열게 되는 경우가 있으니, 필요한 양과 가격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여행객 입장에서 청량리 청과물시장에서 사기 좋은 품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철 과일(감, 배, 귤 등) — 가격 대비 품질이 좋고 소량 구매 가능
  • 가래떡·절편 등 떡류 — 보관이 간편하고 숙소 간식이나 귀가 선물로 적당
  • 봄동·달래·쪽파 등 채소류 — 당일 소비 계획이 있을 때만 구매 권장
  • 건어물·포장 반찬 — 밀봉 상태가 좋아 여행 중 이동에 부담 적음

매생이와 떡집 앞에서 떠오른 것들

수산물 구역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확 바뀝니다. 과일 구역의 달콤한 냄새 대신 얼음 냄새와 생선 비린내가 섞입니다. 생굴, 매생이, 조개가 줄지어 놓인 가게 앞에서 제가 한참 멈춰 선 건 매생이 때문이었습니다.

매생이는 청정 해역에서 자라는 녹조류의 일종으로, 가는 실 형태로 생산되는 해조류입니다. 제철은 겨울로, 12월부터 이듬해 2월 사이에 나오는 것이 맛이 가장 좋습니다. 시장 상인이 "이거 떡국 끓이면 맛있지"라고 말하는 걸 듣는 순간, 저는 겨울 아침 식탁이 떠올랐습니다. 뜨거운 국물에 매생이가 풀리고 밥 말아 먹던 기억 같은 것들. 여행 중에 갑자기 집밥이 그리워지는 순간을 시장에서 맞닥뜨리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채소 구역에서는 달래 앞에서 또 한 번 걸음이 느려졌습니다. 달래는 항산화 성분인 알리신(allicin)을 함유한 봄나물로, 쪽파·마늘과 같은 백합과 식물에 속합니다. 알리신이란 마늘이나 달래를 자를 때 생성되는 황화합물로, 혈액 순환을 돕고 항균 작용이 있다고 알려진 성분입니다. 달래장 만들어 밥에 비벼 먹으면 맛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여행 중이라 살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보고 지나쳤는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달래는 비타민 C와 철분 함량이 높아 봄철 면역력 관리에 좋은 식재료로 분류됩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시장에서 파는 달래가 마트 포장 제품보다 훨씬 싱싱해 보였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수확 후 유통 단계가 짧아 신선도(freshness, 수확이나 포획 이후 품질이 유지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가 높게 유지된다는 게 전통시장의 실질적인 강점이라는 걸 직접 확인한 셈입니다.

그날 제가 제일 오래 머문 곳은 떡집 앞이었습니다. 가래떡 한 줄에 2,000원이었는데, 쫀득하고 따뜻한 냄새가 지나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샀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봉지가 생각보다 많아졌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구경만 하려 했는데, 감과 떡과 작은 과일 봉지가 손에 들려 있었습니다.

저녁에 숙소에서 감 하나를 꺼내 먹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상인과 몇 마디 나누고 사 온 과일이라 그런지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가래떡도 잘라 먹었습니다. 걸어 다니느라 피곤했던 몸에 떡 한 조각이 들어가니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유명 맛집을 찾아가는 것도 좋지만, 시장에서 사 온 간식을 숙소에서 조용히 먹는 시간도 꽤 괜찮았습니다.

청량리 청과물시장은 완벽하게 편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처음 방문한 여행객에게는 구조가 복잡하고, 사람이 많은 시간대에는 좁은 통로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들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이 시장이 누군가의 매일을 담고 있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저녁 국에 넣을 파를 고르는 아주머니, 매생이 앞에서 겨울 국물을 떠올리게 만드는 상인의 말 한마디. 그런 장면들이 여행을 조금 더 살아 있게 만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처음 방문하신다면 오전 10시 이전이나 오후 늦게 인파가 줄어드는 시간대를 노리고, 짐은 최소한으로 들고 가서 숙소로 돌아가기 직전에 사는 방식을 권합니다. 제 경험상 그게 가장 편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ol_wbI1l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