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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마이산 여행] "친구 따라 강남 대신 마이산?" 벚꽃 막차 탑영제부터 으스스했던 탑사, 밧줄 잡고 오르는 돌산 생존기

by 카타리 2026. 7. 17.

탑사

처음 마이산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순전히 친구 때문이었다. "되게 신기하게 생긴 산인데, 기운이 좋으니 기도나 하러 가자"라는 친구의 꼬심에 반신반의하며 따라나섰다. 그런데 웬걸, 마이산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렬하고 묵직한 인상을 내 가슴에 팍 남겨주었다. 그 뒤로도 자석에 이끌리듯 몇 번을 더 찾았으니, 마이산은 나에게 단순한 일회성 관광지가 아닌 셈이다. 직접 발로 밟고 땀 흘리며 느낀 마이산의 진짜 얼굴을 솔직하게 풀어본다.

1. [경험] 벚꽃 막차 탑영제와 솔직히 무서웠던 탑사의 첫인상

마이산 남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완만한 언덕길을 오르면 가장 먼저 눈부신 저수지, '탑영제'를 마주하게 된다. 진안은 고원 지대라 해발고도가 높아서 다른 지역 벚꽃이 다 지고 잎이 돋아날 때쯤, 이곳에선 비로소 분홍빛 벚꽃 잔치가 시작된다. 남들보다 1~2주 늦게 흐드러지는 벚꽃 터널이 잔잔한 호수 수면에 거울처럼 그대로 비치는데, 그 화려하면서도 고요한 풍경은 말이나 사진으로 다 담아내기 힘들 만큼 압도적이었다. 길 자체도 험하지 않고 잘 닦여 있어서, 멍하니 산책하며 힐링하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탑영제에서 벚꽃 기운을 한껏 받고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드디어 그 유명한 '마이산탑사'가 등장한다. 하지만 솔직히 첫인상을 고백하자면, 고요하고 단아한 절을 기대했던 나에게 탑사의 첫인상은 왠지 모르게 조금 무섭고 괴기스러웠다.

사람 키를 훌쩍 넘는 80여 기의 돌탑들이 골짜기에 빽빽하게 들어찬 모습이 어딘가 기괴한 우주선 같기도 하고, 주술적인 느낌을 줘서 살짝 으스스한 소름이 돋았다. 물론 주변에 가득한 관광객들 덕분에 금방 안정을 찾긴 했지만 말이다.

이 거대한 돌탑들을 이갑용 처사라는 분이 30년 동안 혼자 맨손으로 쌓아 올렸다는 사실도 경이로웠지만, 접착제 하나 없이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서 있는 거대한 석탑군과 구멍이 숭숭 뚫린 기이한 암벽 암마이봉의 절경은 보면 볼수록 신비함 그 자체였다. 다만, 예전엔 무료였던 입장료를 꽤 무겁게 받기 시작해서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한 번 더 망설여지게 만드는 아쉬움은 남았다.

2. [경험] 밧줄 잡고 낑낑댄 정상의 기억과 무장애 힐링 코스 사양제

탑사 구경을 마치고 욕심을 내서 마이산 정상으로 향했다. 일반적인 흙산이 아니라 자갈과 모래가 뭉쳐서 굳은 독특한 돌산이라 그런지, 디디는 발끝마다 단단한 돌의 촉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우습게 보고 올랐는데, 정상 부근에는 거의 90도에 가까운 경사에서 밧줄을 움켜쥐고 영차영차 올라가야 하는 험난한 구간이 튀어나왔다.

다리가 후들거리던 그 순간, 내 눈길을 사로잡은 가슴 찡한 장면이 하나 있었다. 한 아버지가 땀을 뻘뻘 흘리며 어린아이를 등에 바짝 업고 그 가파른 밧줄 구간을 묵묵히 기어오르고 있었다. 아이에게 마이산의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싶어 위험을 무릅쓰고 온몸으로 기어오르는 그 뒷모습을 보면서, 마이산은 단순히 구경하러 오는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저마다의 간절한 소망과 사랑을 증명하는 장소라는 걸 가만히 깨달았다.

정상에서 호되게 땀을 흘린 뒤, 마이산 북부 주차장 쪽에 있는 '사양제'로 내려왔다. 탑영제와는 또 다른 매력을 가진 고요한 저수지였다. 수변 데크길이 턱 하나 없이 평평하게 잘 닦여 있어서 휠체어나 유모차를 끌고 와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있는 무장애 코스였다.

특히 바람이 잔잔한 시간에 오면 마이산의 뾰족한 두 봉우리가 물 위에 데칼코마니처럼 완벽하게 찍히는데, 그 거울 같은 풍경을 보고 있으면 현실의 잡념들이 물 안개처럼 스르르 날아가는 기분이 들었다.

내친김에 북부 단지 쪽에 새로 단장했다는 '마이정원'도 슬쩍 들렀다.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꽃밭과 미로 공원이 있어서 어린아이들과 가볍게 걷기 좋았다. 그리고 진안을 빠져나오는 길, 한국의 아름다운 길로 꼽힌다는 '부귀 메타세쿼이아 길'을 통과했다. 1.6km 정도 시원하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이 양옆에서 하늘을 가려 터널을 만들고 있었는데, 에스(S)자로 굽이치는 도로 한편에 차를 대고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나도 모르게 영화 속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 좋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3. 돌 속에 박힌 자갈들처럼, 우리 가슴에 박히는 마이산의 여운

마이산은 멀리서 보면 참 기괴하고 못생긴 말의 귀 모양 같지만, 가까이서 다가가 만져볼수록 묘한 위로를 주는 산이었다. 흙 하나 제대로 없는 척박한 거대 바위산의 틈새를 비집고 피어나는 하얀 능수화 꽃이며, 비바람을 맨몸으로 버텨낸 돌탑들의 생명력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옷매무새를 다듬게 만들었다.

가파른 절벽을 아이를 업고 오르던 아버지의 땀방울처럼, 인생의 고비마다 밧줄을 잡고 버텨내야 하는 우리네 삶과 참 많이 닮아있는 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려한 볼거리에만 치중하는 인위적인 관광지가 아니라, 거친 돌 틈 사이로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와 묵직한 시간이 겹겹이 쌓여있기에 마이산은 올 때마다 가슴 한구석을 뜨겁게 채워주었다.

4. "지갑 열기가 무섭다" 통행세 느낌의 불투명한 입장료 징수

하지만 마이산의 이 신비로운 비경 뒤에 숨겨진 상업적인 삐걱거림은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강제 징수 같은 마이산 탑사 입장료의 씁쓸함 :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드나들던 마이산 탐방로인데, 어느 순간부터 탑사 길목에서 꽤 비싼 입장료를 걷기 시작했다. 문화재 관리나 시설 정비를 위한 비용이라는 명분은 이해하지만, 등산로 한복판을 막아서고 무조건 통행세처럼 돈을 받아내는 방식은 순수하게 자연을 즐기러 온 탐방객들의 마음에 얹히는 큰 돌덩이 같았다. 요금을 받는 만큼 탐방로 내 무릎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위한 안전바 설치나 보행 인프라 개선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초보 등산객을 낚는 불친절한 정상 코스 안내판 :
"가벼운 산보 코스"라는 말만 믿고 왔다가 정상 부근의 험난한 급경사 밧줄 구간에서 패닉에 빠지는 초보 등산객이나 가족 단위 관람객이 태반이었다. 초입의 안내판에 각 코스의 경사도나 위험 구간(우회로 정보 등)을 조금 더 세심하고 친절하게 표기해 놓았다면, 밧줄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당황하는 탐방객들의 낭패감을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진안 마이산 힐링 투어 최종 요약 (리얼 팁)

최고의 순간 : 탑영제 호수 위로 흩날리는 늦깎이 벚꽃 잎들을 밟으며 천천히 걷다가, 사양제 수면에 거울처럼 담긴 마이산의 두 봉우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정적인 순간.

방문객을 위한 현실 팁 : 남부 코스(탑영제, 탑사)는 계단과 돌길이 많아 무릎이 약한 어르신들은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반면 북부 코스(사양제, 마이정원)는 무장애 데크길이라 휠체어나 유모차도 가뿐하다. 인생 샷을 건지고 싶다면 바람이 멈춰 수면 반영이 예술로 나오는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무렵을 노려라! 부귀 메타세쿼이아 길은 돌아가는 길에 에스(S)자 굽이치는 코스에서 찍는 게 가장 깊이감 있게 나왔다.

한 줄 평 : 거친 돌산과 기괴한 돌탑들이 주는 묘한 오싹함으로 시작해, 고요한 호수 반영과 곧게 뻗은 메타세쿼이아 숲길에서 완벽한 평온함으로 끝을 맺는 반전 매력의 힐링 성지다.

본 포스팅은 진안군청이나 탑사 관리소로부터 입장료 할인 혜택 한 푼 받지 않고, "산이 신기하게 생겼다"는 친구 꾐에 넘어가 마이산 밧줄 구간에서 무릎 연골 탈탈 털려가며 다녀온 100% 내돈내산 진안 마이산 리얼 극복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