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이 가까워지면 우리 가족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지역이 있다. 바로 전북 장수다. 장수는 이름처럼 어쩐지 공기부터 다르게 느껴지는 곳이다. 낮에는 여름답게 덥지만, 밤이 되면 공기가 확실히 선선해진다. 열대야가 거의 없는 지역이라고 들었는데, 실제로 캠핑을 해보면 그 말이 그냥 나온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된다.
아이들이 어릴 때 우리는 여름이면 장수로 캠핑을 자주 갔다. 그 무렵에는 집에 캐러반이 있어서 더 자주 떠났던 것 같다. 하지만 캐러반이 없던 시절에도, 캠핑 장비만 챙기거나 캠핑장 안 숙소를 이용해 여러 번 다녀왔다. 그래서 장수의 캠핑장은 우리 가족에게 방식과 상관없이 늘 편하게 찾던 곳이었다. 그중에서도 오늘 이야기할 곳은 와룡캠핑장이다.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의 와룡캠핑장
와룡캠핑장은 처음 들어갈 때부터 느낌이 다르다. 캠핑장으로 향하는 길이 점점 산속으로 들어가는 분위기라, 도착하기 전부터 여행 온 기분이 난다. 이곳은 평평하게 넓게 펼쳐진 캠핑장이라기보다, 산을 따라 조성된 느낌이 강하다. 사이트마다 위치와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고, 그만큼 자연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도 크다.
다만 솔직하게 말하면, 와룡은 경사가 꽤 가파른 편이다. 이 점은 미리 알고 가는 것이 좋다. 우리는 처음 와룡에 갔을 때 캐러반을 이용했는데, 하필 우리 캐러반이 수동이었다. 가파른 경사에서 캐러반을 세우고 설치하는 일이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결국 처음에는 옆자리 텐트 주인이 도와준 덕분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는 기억이지만, 그날은 정말 진땀을 뺐다. 그러니 경사가 있다는 점, 특히 무거운 장비를 다룬다면 각오하고 가는 것이 좋다.
그럼에도 그 불편함을 감수할 만큼 숲속 분위기가 좋다. 주변이 조용하고, 나무가 가까이 있고, 밤이 되면 훨씬 차분해진다. 시끌벅적하게 노는 캠핑보다는 조용히 쉬고 싶은 날에 더 잘 어울리는 곳이다.
물놀이장과 물썰매, 시원하지만 어린아이에겐 조금 차갑다
와룡캠핑장에는 물놀이장이 있어서 아이들이 좋아했다. 계곡까지 가지 않아도 캠핑장 안에서 물놀이가 가능하니, 여름 캠핑에서는 큰 장점이다. 특히 아이들이 가장 신나 했던 건 물썰매였다. 미끄러져 내려가며 물을 튀기는 재미에 몇 번이고 다시 올라가 줄을 서곤 했다. 물놀이장에 이런 놀거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와룡이 특별한 곳이 되었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물이 꽤 차가웠다. 더위를 식히기에는 그만이지만, 어린아이들이 오래 놀기에는 조금 맞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도 물썰매를 신나게 타다가도 금세 입술이 파래져서 나오곤 했다. 그래서 어린아이와 함께라면 물놀이 시간을 짧게 잡고, 따뜻한 옷과 수건을 넉넉히 챙기는 것이 좋다.
텐트가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
와룡캠핑장은 캠핑장 안에 숙소 시설도 있어 좋다. 꼭 텐트나 캐러반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우리도 캐러반이 있을 때는 캐러반으로, 없을 때는 이 숙소 시설을 이용하며 다녔다. 캠핑은 하고 싶은데 장비가 부담스럽거나, 부모님과 함께 가야 해서 조금 더 편한 숙박이 필요할 때 선택하기 좋다. 캠핑 장비가 있어도, 이런 숙소가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놓였다.
예약은 미리, 서둘러야 한다
다만 와룡캠핑장은 예약이 쉬운 편이 아니다. 특히 여름 성수기나 주말에는 원하는 날짜를 잡기가 어렵다. 우리도 몇 번은 예약이 늦어 포기한 적이 있다. 인기 있는 캠핑장인 만큼, 장수 캠핑을 계획한다면 일정을 미리 정하고 빠르게 예약하는 것이 좋다.
내가 기억하는 와룡캠핑장
와룡캠핑장은 조용한 숲속 분위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잘 맞는 곳이다. 경사가 가파른 점과 물놀이장 물이 차가운 점은 분명한 단점이지만, 그만큼 자연 깊숙이 들어와 있다는 느낌을 준다. 우리 가족에게 와룡 캠핑은 아이들이 어릴 때의 여름 기억으로 남아 있다. 수동 캐러반을 낑낑대며 세우던 날도, 이웃의 도움으로 겨우 자리를 잡던 날도, 물썰매를 타며 입술이 파래지도록 놀던 아이들의 모습도, 결국 시원한 공기와 웃음소리로 기억된다. 캠핑은 늘 계획대로만 되지 않지만, 그 예상 밖의 순간들이 오히려 오래 남는 법이다. 낯선 이웃의 손길로 첫날의 곤란을 넘기고, 밤이 되면 선선한 산공기 속에서 하루의 피로가 풀리던 그 느낌. 그래서 여름이 오면 와룡은 한 번쯤 다시 떠오르는 곳이다. 조용한 숲속에서 가족과 천천히 쉬고 싶은 분이라면, 경사의 수고로움을 감수하고서라도 한 번쯤 찾아볼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