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장 보러 갔다가 우유랑 계란만 사고 나오려 했는데, 베이커리 코너 앞에서 생각보다 오래 서 있게 됐습니다. 빵집에서 단팥빵 몇 개만 담아도 만 원이 훌쩍 넘는 요즘, 마트 빵이 이렇게 눈에 들어올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직접 담아보고 집에서 먹어본 이마트 베이커리 이야기를 풀어봅니다.
가성비빵의 기준이 달라졌습니다
처음 베이커리 진열대 앞에 섰을 때, 감자빵 하나를 집어 들고 가격표를 봤습니다. 동네 유명 빵집이었다면 같은 빵에 4,000원 이상은 당연한 가격인데, 여기선 그보다 확연히 낮았습니다. "이 정도면 담아볼 만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이마트 베이커리가 최근 가성비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우리지 레시피'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우리지 레시피란 국내 산지에서 수확한 식재료를 사용해 원가를 낮추면서도 품질을 유지하는 소싱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수입 재료 대신 국산 산지 직거래를 통해 재료비를 줄이고, 그 차익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는 구조입니다. 실제로 이런 산지 직거래 방식은 유통 단계를 줄여 신선도와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출처: 농림축산식품부).
제가 집에 와서 평창 감자빵을 에어프라이어에 5분 돌렸더니, 감자 특유의 구수한 향이 먼저 올라왔습니다. 반을 가르니 안쪽에 감자와 치즈가 뭉근하게 녹아 있었습니다. 가족들과 하나씩 나눠 먹었는데, 아이는 "이거 감자인지 빵인지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이 오히려 칭찬처럼 들렸습니다. 빵 느낌이라기보다 따뜻한 간식에 가까웠습니다.
마트 빵을 고를 때 제가 실제로 확인한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제조일자와 소비기한: 특히 크림빵이나 샌드위치는 제조 당일 또는 다음 날까지 먹을 것을 권장합니다.
- 원산지 표기: 국산 재료 여부를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계란, 우유, 감자 등 주재료가 국산인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의 맛 차이가 생각보다 납니다.
- 가열 여부: 냉장 보관 제품은 거의 대부분 데워 먹어야 제 맛이 납니다. 그냥 뜯어 먹으면 기대보다 심심할 수 있습니다.
우리지레시피로 달라진 재료 이야기
이마트 베이커리에서 또 하나 눈에 띈 건 렌틸콩 퀸아망이었습니다. 퀸아망(Kouign-Amann)이란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에서 유래한 겹겹이 층이 진 버터 페이스트리로, 바삭하고 캐러멜화된 식감이 특징입니다. 여기에 렌틸콩을 더한 제품인데, 고소함이 배가 되면서 버터의 느끼함이 중화되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조금 의외였습니다. 마트 빵에서 이 정도 레이어드 식감을 기대하지 않았거든요.
크루아상에 우유 생크림을 채운 제품도 직접 먹어봤는데, 겉면의 크리스피(crispy)한 식감 — 즉, 겉은 튀기듯 바삭하고 안쪽은 촉촉한 대비감 — 이 생각보다 잘 살아 있었습니다. 전문 베이커리의 갓 구운 크루아상과 비교하면 아무래도 차이는 있습니다. 하지만 장 보는 길에 이 가격에 이 정도 크림 비율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아이가 한 입 베어 물더니 "이건 내 스타일"이라고 했는데, 그 한마디로 충분했습니다.
식품 업계에서 최근 베이커리 품질 향상의 핵심 지표 중 하나로 '원재료 함량 비율'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산 계란과 우유의 사용 비율이 높을수록 완제품의 수분 활성도(water activity)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 식감이 더 오래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수분 활성도란 식품 내 자유수의 비율을 뜻하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촉촉함이 유지되고 낮을수록 빵이 빠르게 퍽퍽해집니다. 국산 원유를 사용한 크림빵의 경우 이 수분 활성도 관리에 유리한 편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빵 하나가 아침을 바꿨습니다
솔직히 제가 가장 자주 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던 건 더블 올리브 치아바타 식빵이었습니다. 치아바타(ciabatta)란 이탈리아에서 유래한 납작한 모양의 오픈 크럼 구조 빵입니다. 크럼(crumb)이란 빵 내부의 기공 구조를 뜻하는데, 치아바타는 이 기공이 크고 불규칙해 수분을 잘 머금고 촉촉한 질감이 오래 유지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올리브가 촘촘하게 박혀 있어 따로 잼을 바르지 않아도 짭짤하고 고소한 맛이 났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 토스터에 살짝 구워 무화과잼과 함께 먹었는데, 씨가 씹히는 잼 특유의 식감과 치아바타의 올리브 향이 꽤 잘 어울렸습니다. "이게 호텔 조식이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집에 커피 한 잔만 있으면 그 이상 뭘 차릴 필요가 없었습니다.
이마트와 뉴욕 1세대 베이글 브랜드 마더린더(Motherlinder)의 콜라보 베이글도 눈에 띄었습니다. 베이글은 본래 쇼트닝이나 베이킹 파우더 없이 반죽을 끓는 물에 데친 뒤 굽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이 공정 덕분에 특유의 쫀득하고 탄력 있는 식감이 완성됩니다. 이 제품도 마가린과 쇼트닝을 사용하지 않아 많이 먹어도 속이 불편하지 않았다는 게 제가 직접 먹어보고 느낀 부분입니다. 에어프라이어에 3분만 돌리면 따끈하게 즐길 수 있어, 바쁜 아침 식사용으로도 충분히 활용됩니다.
딸기 트라이플도 담아왔습니다. 논산 딸기를 사용한 제품인데, 뚜껑을 열기도 전에 딸기 향이 먼저 났습니다. 트라이플(trifle)이란 스펀지 케이크 시트, 크림, 과일을 층층이 쌓아 올린 영국식 컵 디저트로, 식감과 맛의 레이어가 한 번에 느껴지는 게 특징입니다. 저녁 식사 후 가족들과 숟가락을 들고 나눠 먹었는데, 고급스럽다기보다는 편안하게 달콤한 후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편안함이 좋았습니다.
마트 베이커리 코너를 다시 보게 된 건 결국 가격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가격은 입구에 불과했고, 막상 집에서 데워 먹고 가족들과 나눠 먹다 보니 그 안에 나름의 만족감이 있었습니다. 전문 베이커리의 갓 구운 빵이 주는 특별함과는 종류가 다른 만족입니다. 일상 속에서 장 보는 동선 안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작은 즐거움에 가깝습니다. 다음번 이마트에 갈 때는 베이커리 코너를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빵 코너를 먼저 보고 장 목록을 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