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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시장 먹거리 (첫방문, 추천메뉴, 동선)

by 카타리 2026. 6. 12.

예산 시장

전통시장에 소금빵이 어울릴까요? 처음 예산시장에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 솔직히 "거기까지 가야 할 이유가 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다녀오고 나니 그 생각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순대 한 점으로 시작해서 미트파이를 손에 들고 나올 때까지, 처음 방문한 시장치고 예상보다 훨씬 많이 멈추게 됐습니다.

처음 온 사람이 예산시장에서 헤매는 이유

예산시장은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 조금 당혹스러운 공간입니다. 가게마다 메뉴가 다르고, 신상 메뉴도 많고, 유명하다는 곳이 어디인지 알기 어렵습니다. 저도 시장 입구에서 한참을 두리번거렸습니다. 줄이 긴 곳이 맛있는 곳인지, 아니면 그냥 위치가 좋아서 사람이 몰리는 건지 파악이 안 됐습니다.

이 문제는 사실 동선 계획 없이 가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예산시장은 단일 테마로 구성된 푸드코트가 아니라 로컬 상권(local commercial district), 즉 지역 상인들이 각자 운영하는 독립 점포들의 집합입니다. 여기서 로컬 상권이란 특정 지역 주민이나 생산자가 직접 운영하며 표준화되지 않은 다양한 메뉴와 방식을 유지하는 시장 구조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어느 한 가게가 대표 메뉴를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고, 같은 종류의 음식이어도 집마다 맛이 다릅니다.

제가 직접 걸어보니, 처음 방문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됐던 건 냄새를 따라가는 것이었습니다. 시장에 들어서자마자 한쪽에서는 빵 굽는 냄새, 다른 쪽에서는 기름에 지지는 냄새가 교차했습니다. 눈으로 찾는 것보다 코를 먼저 움직이는 편이 오히려 빠릅니다.

처음 방문자가 헤매지 않으려면 아래 순서를 참고하면 도움이 됩니다.

  • 시장 전체를 한 바퀴 먼저 돌아보고 가게 위치를 파악한다
  • 짭짤한 메뉴와 달콤한 메뉴를 번갈아 먹어 입이 질리지 않게 조절한다
  • 포장 가능한 메뉴는 마지막에 산다 (먼저 사면 들고 다니기 불편하다)
  • 혼자라면 반씩 나눠 먹기 어려우니 크기가 작은 메뉴 위주로 먼저 시작한다

국내 전통시장 방문객 수는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2030 세대의 전통시장 방문 비중이 높아졌습니다(출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예산시장이 젊은 층에게도 인기를 끄는 건 단순히 SNS 효과만이 아니라, 기존 시장 음식과 새로운 메뉴가 함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예산시장 핵심 메뉴,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제가 처음 먹은 건 예산순대집의 수제 순대였습니다. 솔직히 시장 순대는 어디나 비슷할 거라 생각했는데, 이건 달랐습니다. 소창(小腸), 즉 돼지 소장을 케이싱으로 사용하는데, 이 소창을 매일 도축장에서 받아 당일 손질한다고 합니다. 여기서 소창 케이싱이란 순대를 채우는 외피로, 공장제 순대에서 주로 쓰는 합성 케이싱과 달리 천연 소재라 식감이 얇고 부드럽습니다. 그 차이가 한입에 바로 느껴졌습니다.

피순대는 선지를 넣어 색이 진하고 맛이 강한 편이고, 당면순대는 당면 비중이 높아 식감이 가볍습니다. 예산순대는 그 중간쯤으로, 처음 먹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는 밸런스였습니다. 같이 간 일행도 "이건 누구나 먹기 괜찮겠다"고 했고, 저도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첫 메뉴가 이 정도면 나머지 기대감이 자연스럽게 올라갔습니다.

소금빵은 예당소금빵에서 기본 소금빵을 먹었습니다. 사실 소금빵은 요즘 어디서나 팔아서 큰 기대를 안 했습니다. 그런데 밑바닥 부분이 유독 바삭했고, 국내산 프리미엄 버터를 쓴다는 설명이 납득이 됐습니다. 메뉴 중에 사과 소금빵이 있었는데, 예산 하면 사과가 떠오르니 지역 식재료(local ingredient)를 반영한 구성으로 보였습니다. 지역 식재료란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나 특산물을 가공이나 조리에 직접 활용하는 것을 말하며, 지역 정체성을 음식에 담는 방식입니다.

오가면간식집의 고기호떡은 제가 가장 예상 밖이었던 메뉴입니다. 호떡이라고 하면 단맛을 떠올리는 게 당연한데, 이건 고기와 꽈리고추가 들어간 짭짤한 반죽 구이였습니다. 크기부터 일반 호떡보다 훨씬 컸고, 들었을 때 묵직했습니다. 부침개나 전 같은 외형인데 먹으면 확실히 호떡의 탄력감이 있었습니다. 이거 하나 먹으면 배부르겠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이신복명품꽈배기의 계란빵은 카스텔라 반죽 계열로, 수분 함량이 높아 촉촉하고 밀도가 낮은 질감을 냅니다. 여기서 카스텔라 반죽이란 달걀과 설탕을 충분히 거품 내어 공기를 포집한 뒤 구운 반죽으로, 일반 빵 반죽에 비해 글루텐 형성이 적어 씹히는 느낌보다 녹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따뜻할 때 먹으니 이 특성이 확실히 살아있었습니다.

예산시장 방문, 이렇게 접근해야 덜 지친다

처음 방문하고 나서 느낀 아쉬움도 있습니다. 메뉴가 많은 만큼 처음 오는 사람은 선택 피로(choice fatigue)를 느낍니다. 선택 피로란 선택지가 너무 많을 때 결정을 내리는 데 에너지가 소모되어 오히려 만족감이 떨어지는 심리 현상입니다. 먹을 게 많다는 건 장점이지만, 준비 없이 가면 어디서도 제대로 못 먹고 이것저것만 찔러보다 끝날 수 있습니다.

인기 있는 가게는 대기 시간이 생깁니다. 저는 어른들이나 가족 단위라면 붐비는 주말 낮 시간대는 피하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씩 사면 가격이 크게 부담되지 않지만, 여러 가게를 돌다 보면 합산이 생각보다 커집니다. 처음 가는 분이라면 미리 예산을 정해두고 나눠 먹을 메뉴를 정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앉아서 먹을 공간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걸으며 먹는 문화가 어울리는 시장이지만, 여러 메뉴를 한꺼번에 사면 자리가 필요해집니다. 사람 많은 날에는 자리 찾는 것만으로도 피곤해질 수 있습니다.

전국 지역 축제 및 시장 방문 만족도 조사에서 "먹거리 다양성"이 방문 만족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혔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예산시장은 그 기준으로 보면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곳입니다. 다만 신상 메뉴가 계속 늘어나는 것과 별개로, 예산 사과나 지역 특산물과 연결된 고유한 색깔이 더 뚜렷해진다면 단순 방문을 넘어 오래 기억되는 시장이 될 것 같습니다.

처음이라 정신없었고 욕심이 앞섰지만, 그 헤매는 시간 자체가 재미였습니다. 예산시장은 한 번에 완벽하게 즐기기보다 두 번, 세 번 오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곳이라는 인상이 남았습니다. 다음에는 고려떡집의 떡린느와 애플양과점 미트파이를 더 느긋하게 먹어보고 싶습니다. 처음 방문하신다면 오전에 가서 한 바퀴 돌아보고, 마음에 드는 메뉴 두세 개만 골라 집중해서 먹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6aW-RQxFds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