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는 참 묘한 도시다.
처음에는 역사 공부하러 가는 곳 같다가도, 몇 번 다녀오면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마음 편하게 가는 도시가 된다.
나에게 경주는 그런 곳이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으로 갔던 곳이기도 하고, 친정과 가까워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다녀왔던 도시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경주를 생각하면 거창한 유적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친정 아버지가 좋아하던 김밥집,
친정 어머니와 여동생이 좋아하던 순두부찌개,
그리고 아이들이 꼭 사달라고 했던 경주빵까지.
가끔은 정말 점심만 먹으러 경주를 다녀오기도 했다.
김밥 먹고, 순두부찌개 먹고, 카페 들렀다가 돌아오는 식이었다.
생각해보면 참 신기하다.
대한민국 대표 역사 도시인데 우리 가족에게 경주는 어느 순간부터
“익숙하게 쉬다 오는 도시” 처럼 느껴졌으니 말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웃겠지만 정말 그렇다
축제 시즌의 경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평소에도 경주는 사람이 많은 편이지만, 신라문화제나 문화재 야행 시즌이 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특히 저녁이 되면 첨성대, 동부사적지, 동궁과 월지 주변이 사람들로 가득해진다.
처음 에는 “사람 너무 많다” 싶었는데, 걷다 보면 그 분위기 자체가 또 경주의 매력처럼 느껴진다.
한복 입은 사람들, 사진 찍는 연인들, 아이들 손 잡고 걷는 가족들까지.
다들 조금 들뜬 표정으로 천천히 걷고 있다.
경주의 축제는 다른 지역처럼 엄청 시끄럽거나 정신없는 느낌보다는 밤 산책 같은 분위기에 더 가깝다.
그래서인지 혼자 여행 오는 사람들도 많다.
사진에는 항상 엑스트라가 많다
경주는 사진 찍기 참 좋은 도시다.
돌담길도 예쁘고, 한옥도 많고, 밤 조명도 분위기가 있다.
그런데 현실은 쉽지 않다.
특히 축제 기간에는 사람이 정말 많다.
사진 찍으면 배경에 꼭 누군가 지나간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경주 사진들도 보면 엑스트라가 정말 많다.
누군가는 떡볶이를 먹고 지나가고, 누군가는 삼각대를 세우고 있고, 어떤 사람은 한복 입고 웃으며 걸어간다.
예전에는 사진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는 그게 더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아, 그날 경주 진짜 사람 많았지.” 그 분위기까지 같이 기억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 블로그를 봐도 비슷한 이야기가 많았다.
“사진 찍기 어렵다”, “주차 힘들다”, “줄이 길다”는 이야기도 많지만, 이상하게 다들 마지막에는
“그래도 또 가고 싶다”라고 적어놓는다.
아마 경주만의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힘들었던 점도 분명 있었다
솔직히 경주는 축제 시즌에 편한 여행지는 아니다.
주말에는 차가 정말 많이 막힌다.
주차도 쉽지 않고, 유명한 식당은 대기 줄이 길다.
특히 황리단길 주변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조금 지칠 때도 있었다.
한번은 순두부찌개 먹으려고 갔는데 대기가 길어서 아이들이 힘들어했던 적도 있다.
그날은 결국 다른 식당으로 이동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하나의 추억이었다.
블로그 후기들을 봐도 비슷한 이야기가 많다.
“사람이 많아서 정신없었다.”
“숙소 예약이 힘들었다.”
“밤에는 생각보다 쌀쌀했다.”
그런 현실적인 이야기들도 꽤 많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그런 불편함까지도 지나고 나면 여행 기억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경주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건 밤의 경주였다.
특히 동궁과 월지 주변은 밤이 되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조명이 물에 비치고, 바람이 살짝 불고, 사람들은 조용히 걷고 있다.
시끄럽지 않은데 분위기가 살아 있다.
다른 블로그 후기들을 봐도 “경주는 밤이 진짜다”라는 이야기가 정말 많다.
나 역시 그 말에 공감한다.
낮에는 관광지 느낌이 강한데, 밤에는 진짜 천년 수도 같은 느낌이 난다.
그래서 경주는 당일치기보다 1박 여행을 추천하고 싶다.
밤을 보지 않으면 절반만 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경주는 역사 도시가 아니다
우리 가족은 불국사도 정말 여러 번 갔다.
그런데 웃긴 건 아이들이 불국사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나중에 “너희 여기 갔었잖아”라고 하면
아이들은 그냥 “그 김밥 먹으러 갔던 곳?”정도로 기억한다.
아이들에게 경주는 역사 도시라기보다
맛있는 거 먹고, 경주빵 사고, 사진 찍고, 걷던 도시로 남아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어쩌면 그것도 좋은 기억이라는 생각이 든다.
억지로 외우는 역사보다
좋은 감정으로 남는 기억이 더 오래 가는 것 같기 때문이다.
경주는 천천히 가야 한다
경주는 빨리 보면 재미없는 도시다.
관광지만 찍듯이 돌아다니면 금방 지친다.
오히려 시간을 조금 비워두는 게 좋다.
카페에 앉아 쉬기도 하고,
야경 보며 천천히 걷기도 하고,
사람 구경하면서 멍하니 있는 시간도 필요하다.
신라문화제도 마찬가지다.
공연 하나만 보고 끝내기보다 경주의 분위기 자체를 느끼는 여행
으로 생각하면 훨씬 만족도가 높다.
마무리
경주는 우리 가족에게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다.
학창 시절 수학여행의 기억도 있고,
친정 식구들과 먹었던 김밥과 순두부찌개도 있고,
아이들이 좋아했던 경주빵도 있는 곳이다.
그리고 축제 시즌이 되면
신라의 분위기를 가장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사람이 많아서 힘들 때도 있고,
주차 때문에 짜증 날 때도 있지만
이상하게 시간이 지나면 좋은 기억만 남는다.
그래서인지 가끔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경주 한번 다녀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