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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 빵지순례 (코끼리베이글, 어니언, 한정선)

by 카타리 2026. 6. 16.

코끼리 베이글

주말에 성수동 간다고 하면 주변에서 꼭 한마디씩 합니다. "거기 빵집 줄 장난 아닌데 각오해." 솔직히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들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코끼리베이글 앞에 서서 점심시간 인파를 마주했을 때, 저도 모르게 "다들 밥은 안 드시나?" 소리가 나왔습니다. 성수동 빵집 세 곳을 직접 돌아본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봅니다.

베이글의 진짜 맛은 씹을수록 나온다 — 코끼리베이글 성수

코끼리베이글은 주문 방식부터 독특합니다. 입구에서 종이 메뉴판에 원하는 항목을 직접 적어 제출하는 셀프 오더 시스템인데, 쟁반을 들고 빵을 고르며 다른 손님과 부딪히는 불편함 없이 훨씬 청결하게 운영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엔 낯설지만 적응하면 오히려 편합니다.

저는 플레인, 크림치즈 생크림, 두바이 초콜릿 베이글, 그리고 버터 솔트 베이글을 주문했습니다. 이 중 버터 솔트가 제 원픽이 됐는데, 입에 넣었을 때 짠맛이 먼저 치고 들어오고, 씹을수록 버터의 고소함이 퍼지다가 마지막에 다시 짭조름함으로 마무리되는 구조가 정말 묘합니다. 이게 바로 베이글의 글루텐 조직이 만들어내는 밀도감과 관련이 있습니다. 글루텐이란 밀가루 속 단백질이 물과 결합해 생기는 탄력 있는 조직으로, 베이글의 쫄깃한 식감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코끼리베이글의 버터 솔트는 이 글루텐 조직이 충분히 발달해 있어 씹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사이 풍미가 단계적으로 올라오는 것이 특징입니다.

두바이 초콜릿 베이글은 비주얼이 압도적입니다. 카다이프면이라는 재료로 감싸여 있는데, 카다이프면이란 중동식 디저트에 쓰이는 실처럼 가는 밀가루 반죽을 구워낸 것으로, 자를 때 특유의 바삭한 소리와 질감을 냅니다. 썰면서 들리는 그 소리가 귀에 남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초코 코팅이 워낙 두껍게 올라가 있어 칼로 자르면 표면이 뭉개지는 게 아쉬웠고, 이건 매장보다 집에서 편하게 먹을 때 빛을 발하는 메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방문으로 제 베이글 기준이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핵심 포인트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버터 솔트: 씹을수록 짠맛과 고소함이 교차하는 밀당형 베이글, 원픽 추천
  • 크림치즈 생크림: 비주얼은 최고지만 길거리보다는 매장 착석 후 먹기를 권장
  • 두바이 초콜릿 베이글: 카다이프면 특유의 식감이 매력, 포장보다는 당일 즉석 섭취 필수
  • 플레인: 크림치즈와 반드시 함께 주문할 것, 단독은 다소 밋밋함

공간도 음식도 경험이다 — 어니언 성수

어니언 성수는 폐공장을 개조한 공간 특유의 거친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로 유명한 곳입니다. 저는 이날 처음 방문했는데, 공간이 주는 압도감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음식을 먹기 전부터 분위기 자체가 메뉴의 일부처럼 작동하는 셈입니다.

저는 소금빵, 팡도르, 딸기 바라기, 딸기 브라우니, 검정 크런치를 주문했습니다. 소금빵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소금빵의 품질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저는 항상 '라미네이팅 기법'을 봅니다. 라미네이팅이란 버터를 반죽 사이사이에 켜켜이 접어 넣는 제빵 기술로, 이 과정이 충분히 이루어진 소금빵은 구웠을 때 속이 촉촉하고 층층이 분리되는 식감을 줍니다. 어니언 소금빵은 버터 양도 충분하고 라미네이팅이 잘 되어 있어 씹을수록 풍미가 깊게 올라왔습니다.

팡도르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슈가 파우더가 두껍게 덮인 비주얼은 인상적이지만, 칼을 대는 순간 가루가 사방으로 튀어 옷과 테이블이 엉망이 됩니다. 게다가 단면을 잘랐을 때 속에 크림이나 잼이 없이 맨빵 구조라, 먹다 보면 텁텁해지는 지점이 옵니다. 일반적으로 팡도르는 이탈리아식 전통 발효빵으로 단순한 맛 자체를 즐기는 음식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저는 이 가격대라면 먹는 재미가 좀 더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검정 크런치는 반전이었습니다. 검은색이라 다크 초콜릿 계열의 맛을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견과류의 구수함과 찹쌀의 쫀득한 식감이 주를 이루는 빵이었습니다. 찹쌀은 아밀로펙틴 함량이 일반 쌀보다 훨씬 높아 독특한 점성과 탄력을 냅니다. 아밀로펙틴이란 전분을 구성하는 포도당 중합체로, 함량이 높을수록 끈적하고 쫀득한 식감을 만들어냅니다. 빵 속에서 이 식감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제 경험상 이건 진짜 예상 밖이었습니다.

빵 투어의 마지막은 가볍게 — 한정선 성수와 현실적인 팁

묵직한 빵들을 연달아 먹고 나서 입가심으로 찾은 곳이 한정선이었습니다. 여기는 생딸기 찹쌀떡이 시그니처인데, 웨이팅이 있어도 회전이 빨라 그리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됩니다. 대기 중에 매실 음료를 건네줘서 첫인상부터 좋았습니다.

찹쌀떡은 각각 얇은 비닐로 개별 포장되어 있어 가루가 손에 묻지 않는 디테일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한 입에 넣으면 딸기의 새콤달콤한 과즙이 터지고, 그 주변을 감싼 얇고 쫀득한 떡 껍질이 사르르 녹는 구조입니다. 해비하지 않아서 빵 투어 마무리용으로는 최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가격 대비 크기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씀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한 입에 들어가는 크기 하나에 수천 원이 나가는 구조라, 드시기 전에 개수와 예산을 미리 계산해 두시는 편이 낫습니다. 맛은 분명히 좋지만, 이 가격이라면 아껴 먹어야 한다는 심리가 생기는 게 사실이기 때문입니다.특히, 딸아이가 떡을 좋아하여서 종류를 좀 많이 구입했는데.... 가격이 후덜합니다.

이번 성수동 투어는 세 곳 모두 각자의 이유로 기억에 남는 곳이었습니다. 딱 하나만 고르라면 한정선 찹쌀떡이 제 마지막 원픽이 됐습니다. 다음에 성수동에 갈 일이 있다면, 코끼리베이글의 버터 솔트와 한정선 찹쌀떡만 노려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하루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xr_84btOOYY&t=3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