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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사역 착한 가격 빵집 (위치, 가성비, 솔직후기)

by 카타리 2026. 6. 15.

제빵소작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팔뚝만 한 소시지 빵이 3,500원, 에그타르트가 1,600원. 숫자를 보고 한 번, 맛을 보고 또 한 번 놀랐습니다. 범사역 골목 언덕길에 이런 빵집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거든요.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 길들여진 분들이라면, 이 가격표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범사역 골목길에서 만난 가격표, 뭔가 잘못된 걸까요

요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체감 이상으로 높은 건 다들 아시죠. 2024년 기준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약 3% 이상 올랐고, 빵류와 과자류도 예외가 아닙니다(출처: 한국은행). 그러니 대형 베이커리 카페에서 조각 케이크 하나에 7~8천 원을 내면서도 "요즘 다 이렇지 뭐" 하고 넘겼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범사역 근처를 지나치다 우연히 발길을 멈췄습니다. 예전에 이 근처로 밀면 먹으러 왔던 기억이 스치면서, 골목을 꺾어 올라가다 보니 유독 사람들이 몰려 있는 작은 가게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간판에는 '착한 가격 빵집'이라고 쓰여 있었는데, 이름이 너무 직관적이라 오히려 반신반의했습니다.

제가 직접 트레이를 들고 들어가 봤는데, 문을 열자마자 진한 버터 향이 훅 치고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가격표를 본 순간,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에서 가스라이팅 당하며 살아온 제 뇌가 잠깐 멈추는 기분이었습니다. 브리오슈(brioche), 즉 버터와 달걀을 고함량으로 배합한 고급 발효빵 계열의 제품도 여기선 일반 단팥빵 수준의 가격대에 진열되어 있었으니까요.

매장 안은 이미 동네 주민들로 꽉 차 있었고, 실시간으로 빵이 채워지는 진열대 앞에선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진짜 로컬 베이커리(local bakery)의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컬 베이커리란 특정 지역 주민을 주 고객층으로 삼아 운영되는 소규모 독립 빵집을 말하는데, 프랜차이즈와 달리 임대료나 브랜드 로열티 부담이 없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합니다.

15,300원으로 뭘 담았나, 가성비를 숫자로 따져보면

제가 그날 트레이에 담은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초코 파운드 케이크 : 2,000원 (제법 묵직한 사이즈)
  • 팔뚝만 한 롱 소시지 빵 : 3,500원
  • 에그타르트 : 1,600원
  • 먹물 크림치즈 빵, 코코넛 디저트 등 기타 : 각 800~2,000원대

최종 결제 금액은 15,300원이었습니다. 대형 프랜차이즈 베이커리였다면 같은 양을 담았을 때 3만 원을 가뿐히 넘겼을 구성이었습니다. 여기서 짚고 싶은 건 가성비(價性比), 즉 지불한 가격 대비 품질의 만족도인데요. 가성비는 단순히 싼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가격 수준에 걸맞거나 그를 초과하는 품질이 뒤따를 때 비로소 성립하는 개념입니다.

다음 날 아침, 사 온 빵들을 식탁에 펼쳐놓고 시식해봤습니다. 1,600원짜리 에그타르트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커스터드 크림이 제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커스터드(custard)란 달걀, 우유, 설탕을 가열해 만든 크림 형태의 충전물로, 에그타르트의 품질을 가르는 핵심 요소입니다. 싸구려 제품에서 흔히 느껴지는 인공적인 단맛이 아니라, 달걀 풍미가 살아있는 무난하고 정직한 맛이었습니다.

2,000원짜리 초코 파운드 케이크도 예상보다 밀도가 있었습니다. 파운드 케이크(pound cake)는 밀가루, 버터, 설탕, 달걀을 1파운드씩 동량 배합하여 굽는 묵직한 질감의 케이크를 말합니다. 여기서 먹어본 것도 그 전형적인 밀도감이 느껴졌고, 초코 풍미도 싸구려 코코아 느낌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둘이 앉아서 아침 한 끼 만에 그날 사 온 빵들을 깔끔하게 비웠습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제과·제빵 업종 자영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소비자들의 가격 민감도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출처: 통계청). 이런 흐름 속에서 이 빵집처럼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운 로컬 베이커리가 입소문을 타는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수 있습니다.

다시 가기 전에 알아두면 좋을 현실적인 조언

그렇다고 마냥 칭찬만 하면 저도 독자분들께 솔직하지 못한 거겠죠.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말씀드릴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위치입니다. 범사역 인근이긴 하지만, 범사 올라가는 방향의 가파른 골목길에 자리하고 있어서 접근성이 편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대중교통 이용 시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차를 가지고 간다면 주차 동선을 미리 확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이 동네 주민이 아니라면 빵집 하나만을 목적으로 먼 길을 찾아오기에는 주변 연계 볼거리가 많지 않다는 점도 감안하셔야 합니다.

맛의 방향성도 미리 알고 가시면 좋습니다. 성수동이나 청담동의 아르티장 베이커리(artisan bakery), 즉 장인 정신으로 소량 생산하는 프리미엄 수제 빵집에서 파는 고급 발효빵이나 독창적인 시그니처 풍미를 기대하신다면 약간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곳의 강점은 '프리미엄 풍미'가 아니라 '정직한 대중적 맛의 가격 경쟁력'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실전 팁을 드리자면, 저처럼 "일단 조금만 사보고 맛있으면 다음에 더 사야지" 하는 전략은 절대 권하지 않습니다. 제가 집에서 먹다가 "그냥 눈 딱 감고 종류별로 다 털어올 걸" 하며 뒤늦게 후회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매장이 협소하고 회전이 빠른 편이라 눈치 볼 필요 없이 처음부터 트레이 가득 담으시는 걸 권합니다.

범사역 골목길을 오르며 만난 이 작은 빵집은, 요즘 빵집들이 놓쳐가고 있는 하나의 본질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화려한 인테리어도, 인스타그래머블한 포장도 없지만 누구든 부담 없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동네 빵집 본연의 가치 말입니다. 근처에 갈 일이 생기신다면 한 번쯤 들러보시길 권합니다. 단, 반드시 트레이 두 개 들고 들어가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Uz4V8fnl2eE&t=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