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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아이와 함께 쌓은 시간이 담긴 도시

by 카타리 2026. 6. 29.

대전은 나에게 단순한 여행지라기보다, 아이와 함께한 시간이 많이 쌓인 도시다. 처음부터 자주 가려고 계획했던 건 아니었다. 아이가 한동안 과학에 푹 빠져 있었고, 그 관심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대전 과학관을 자주 찾게 되었다.
주말마다 "이번에는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도 결국 대전으로 향하곤 했다. 한두 번이 아니라 몇 년에 걸쳐 꽤 자주 갔다. 지금 돌아보면 대전은 아이의 관심을 따라다니며 알게 된 도시였다.

1. 아이가 좋아해서 자주 갔던 국립중앙과학관

대전 여행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국립중앙과학관이다. 유성구 대덕대로에 있고, 자연사관·천체관·미래기술관·어린이과학관 등 전시관이 테마별로 나뉘어 있어 하루에 다 보기 어려울 만큼 규모가 크다. 대부분 무료라 부담 없이 자주 드나들 수 있었던 것도 이유였다.
처음에는 아이가 좋아하니까 따라간다는 마음이 컸다. 그런데 몇 번 다니다 보니 나도 이곳을 꽤 좋아하게 되었다. 과학관은 전시만 보는 공간이 아니었다. 직접 만져보고 체험하고 설명을 듣는 활동이 많아서, 갈 때마다 아이가 관심을 갖는 부분이 조금씩 달랐다. 같은 곳인데도 매번 다른 하루가 되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카이스트 학생이나 대학생들과 함께하는 과학 프로그램이었다. 아이에게는 과학을 한 뼘 더 가까이 느끼는 시간이었고,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기회가 참 고맙게 느껴졌다. 솔직히 그때는 아이가 과학자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지금 아이의 꿈은 과학자가 아니지만, 그 시절의 경험은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도 가끔 과학관 이야기를 꺼내면 아이가 그때를 떠올리며 웃는다.

2. 여름이면 생각나는 과학관 잔디밭

과학관에서 가장 오래 남은 장면 하나는 여름의 잔디밭이다. 대단한 무언가를 한 건 아니었다. 아이들은 잔디밭에서 뛰어다니고, 우리는 그늘에서 쉬며 그 모습을 지켜봤다. 그런데 그런 시간이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유명한 장소보다 이런 장면이 더 또렷할 때가 있다. 아이가 신나게 뛰어다니던 모습, 더운 날 그늘에서 잠깐 숨을 돌리던 시간, 별것 아닌 이야기에 다 같이 웃던 순간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시절이 참 좋았다. 과학관은 아이에게는 배움의 공간이었고, 우리 가족에게는 함께 시간을 보낸 장소였다.

3. 온천이 기억에 남는 유성호텔

대전에서 묵었던 숙소 중 하나는 유성호텔이었다. 오래된 호텔이라 들어서 처음엔 조금 낡은 분위기를 예상했는데, 내가 갔을 때는 리모델링 이후라 생각보다 깔끔했다. 무엇보다 유성호텔은 온천으로 유명하다. 하루 종일 돌아다닌 뒤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피로가 스르르 풀렸다. 아이도 온천을 좋아했고 어른들도 만족스러웠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다. 호텔 카페에서 바나나우유와 협업한 바나나 쉐이크를 팔았고, 온천 입구 쪽에는 큰 바나나 모형이 있었다. 그 앞에서 딸아이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여행은 이런 사소한 장면이 더 오래 남는다. 어떤 전시를 봤는지보다, 어떤 표정으로 사진을 찍었는지가 더 선명할 때가 있다.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유성호텔이 문을 닫았다는 기사를 보게 되었다. 우리 가족의 여행 중 한 조각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다시 가볼 수 없는 곳이 되었다는 사실이, 그 시절을 더 특별하게 만든다.

4. 깔끔하고 편안했던 롯데시티호텔 대전

대전에서는 롯데시티호텔도 이용해봤다. 유성호텔이 온천과 오래된 정취로 기억된다면, 롯데호텔은 현대적이고 깔끔한 쪽이었다. 대전컨벤션센터 근처에 있어 위치도 깔끔했다.
낮에는 과학관을 돌고 저녁에는 숙소에서 푹 쉬어야 다음 날도 무리 없이 움직일 수 있다. 롯데호텔은 그런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화려한 기억이 남았다기보다, 군더더기 없이 편하게 쉬었던 숙소로 남아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여행에서는 이런 안정감이 의외로 큰 장점이다.

5. 대전이 '살고 싶은 도시'로 느껴진 이유

여러 번 다녀오면서 든 생각이 있다. 나에게 대전은 어쩐지 살고 싶은 도시처럼 느껴졌다. 너무 복잡하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건 잘 갖춰져 있고, 아이와 다닐 만한 곳도 많다. 과학관 같은 교육적인 공간이 있고, 유성온천처럼 쉬어갈 곳도 있다.
대전은 여행지로 화려하게 다가오는 도시는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자주 다니다 보면 편안함이 느껴진다. 아이와 움직이기에 부담이 적고, 가족 여행지로 균형이 좋다.
마무리
대전은 우리 가족에게 과학관의 기억으로 시작된 도시다. 아이가 과학에 빠져 있던 시절, 우리는 대전을 정말 자주 갔다. 과학관에서 전시를 보고, 잔디밭에서 시간을 보내고, 유성호텔에서 온천을 하고, 롯데호텔에서 편히 쉬었다.
지금 아이의 꿈은 과학자가 아니지만, 그 시절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서 대전은 나에게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아이와 함께한 한 시절이 담긴 도시처럼 느껴진다. 다음에 다시 대전에 간다면, 아마 또 과학관 근처를 걷게 될 것 같다. 그리고 그때처럼 말하게 될 것 같다. "대전은 참 괜찮은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