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는 산을 일부러 찾아가는 사람이 아니었다.
굳이 힘들게 올라가야 하나 싶은 마음이 먼저 들던 시절이었다.
그런 내가 사순절 즈음에 한 번 산을 오른 적이 있다.
그곳이 바로 담양 금성산성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날은 단순한 등산이 아니라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던 경험”으로 남아 있다.
1. 가볍게 시작했던 하루
그날도 특별한 각오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한 번 걸어보자는 마음,
그리고 사순절이라 조금은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정도였다.
초반은 괜찮았다.
숨이 조금 차긴 했지만 걸을 만했고,
중간중간 쉬어가며 올라가니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산도 나쁘지 않네…”
그런 생각까지 했던 걸 보면
그때까지는 꽤 여유가 있었던 것 같다.
2. 예상하지 못했던 길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그날 산행은 금성산성에서 끝나는 코스가 아니었다.
순창 강천사로 넘어가는 길
이게 나에게는 변수였다.
그리고 그 길 중간에
밧줄을 잡고 내려가는 구간이 나왔다.
그 순간 발걸음이 멈췄다.
“이걸 내려간다고?”
속으로 여러 번 되뇌었다.
3.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
솔직히 말하면
그 자리에서 정말 돌아가고 싶었다.
“여기서 그냥 내려가면 안 될까…”
이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런데 그게 쉽지 않았다.
차가 강천사 쪽에 있었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선택은 끝난 상태였다.
결국 결론은 하나였다.
“어쩔 수 없이 끝까지 가야 한다”
그 말이 그날의 전부였다.
4. 밧줄 하나에 의지해서
밧줄을 잡고 내려가기 시작했을 때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발을 디딜 곳을 찾으면서
한 발씩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때의 감정은 지금도 기억난다.
무섭다
괜히 왔다
이 두 가지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태어나서 거의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고,
그래서 더 크게 느껴졌던 것 같다.
5. 그래도 결국 내려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게
조심스럽게 내려오다 보니
어느 순간 평지에 도착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은 단순했다.
“다행이다…”
그 한마디면 충분했다.
그날은 뭔가를 이뤘다는 느낌보다는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이 더 컸다.
6. 시간이 지나고 남은 것
그날 찍은 사진을 아직도 가지고 있다.
이게 참 신기한 게
사진은 정말 잘 나왔다
그렇게 힘들고, 무섭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는데도
사진 속 모습은 꽤 괜찮다.
그래서 그 사진을 볼 때마다
그날의 감정이 같이 떠오른다.
“그래도 끝까지 갔네”
“그때 잘 버텼네”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든다.
✔ 금성산성 산행 팁
- 코스는 반드시 미리 확인하기
- 강천사 방향은 난이도 있는 구간 포함
- 밧줄 구간 대비 (장갑 추천)
- 혼자보다는 동행 추천
- 체력 안배 필수
마무리
그날 산행은 솔직히 편하지 않았다.
오히려 힘들고, 무섭고,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기억이 더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편했던 여행보다
이런 경험이 더 자주 떠오른다.
돌아갈 수 없어서 끝까지 갔던 날,
그날의 사진 한 장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걸 보면
그 시간도 나에게는 나름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가끔은 생각난다.
다시 가고 싶다기보다는
그때의 나를 한 번 더 떠올려보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