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물관이 에버랜드보다 재밌을 수 있을까요? 얼마 전 국립중앙박물관 현장에서 그 말을 실제로 들었을 때, 저는 웃음 반 공감 반으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춘기 아이들이 먼저 "엄마, 이번 주말엔 무조건 국중박 오픈런이야!"를 외친 그날, 저는 뭔가 진짜 달라졌다는 걸 직감했습니다.
## 오픈런의 현실: SNS 조회수 100만을 만들어 낸 뮷즈의 마케팅 파워
주말 아침, 서울로 향하는 차 안에서 저는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중학생 딸과 고등학생 아들이 박물관 굿즈를 사겠다며 새벽같이 서두르는 광경이 아직도 낯설었거든요. 그런데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숍 앞에 줄이 이미 길게 늘어선 걸 보는 순간, 이건 단순한 '굿즈 열풍'이 아니라는 걸 감지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뮤지엄 브랜드 '뮷즈(MU:DS)'는 단순한 기념품 매장이 아닙니다. 뮷즈란 박물관 소장 유물을 모티브로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라이프스타일 굿즈 브랜드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천 년 전 유물의 조형적 언어를 오늘날 소비자가 일상에서 쓸 수 있는 상품으로 번역한 것입니다. 박물관 공식 SNS 계정에 인기 굿즈 게시물을 올렸을 때, 평소에는 하루 5만에서 10만 사이의 조회수가 나오던 게 100만을 순식간에 넘겼다는 사실이 그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시리즈가 이렇게까지 완성도 높을 줄은 몰랐습니다. 실제 유물의 색감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파스텔 톤으로 과감하게 비틀었는데, 처음엔 내부에서도 "유물을 너무 건드린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코로나 봉쇄로 오프라인 반응조차 확인 못 하던 시기에 온라인 품절 대란이 났고, 그게 뮷즈의 정체성을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됐습니다.
이런 굿즈 흥행의 뒤에는 문화상품 기획(Cultural Merchandise Planning)이라는 전략이 있습니다. 문화상품 기획이란 유물의 역사적·미학적 가치를 소비재로 전환하면서도 원형의 서사를 훼손하지 않도록 균형을 잡는 기획 방법론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은 이 과정에서 국내 소상공인·중소기업과의 상생 협력 모델을 유지하고 있어, 모든 뮷즈 상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기준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해외 기념품에서 그 나라 제조 표시를 보면 더 뿌듯하다는 감각, 저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현장에서 아들은 "아빠, 곤룡포 비치 타월 재고 얼마 안 남았어!" 하며 날렵하게 움직였고, 딸은 복사꽃 향이 은은하게 나는 립밤·핸드크림 패키지를 보고 "패키지만 봐도 향 나는 것 같아"라며 이미 장바구니에 담고 있었습니다. 남편 카드가 쉬지 않고 긁혔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많이 샀거든요.
뮷즈를 이야기할 때 짚고 넘어가야 할 현실적인 아쉬움도 있습니다. 공급망 과부하(Supply Chain Overload), 즉 수요 폭발에 비해 생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주말 새벽부터 서울로 올라와 줄을 서야만 원하는 굿즈를 겨우 건질 수 있는 구조는 소비자 피로도를 높입니다. 2024년 기준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관람객 수는 300만 명을 넘어섰고([출처: 국립중앙박물관](https://www.museum.go.kr)), 이 수요에 걸맞은 사전 예약제나 온라인 재고 알림 시스템 확충이 시급해 보입니다.
## 분장놀이 대회: 미완성 기획이 대한민국을 뒤흔든 이유
쇼핑을 마치고 야외로 나왔을 때, 저는 잠깐 멈춰 섰습니다. 황남대총 금관을 온몸에 두르고 찰랑거리며 걷는 참가자가 눈앞에 있었거든요. 제가 직접 현장에서 목격했는데,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옷 주름과 손 모양을 소름 돋게 재현한 참가자를 보며 딸아이가 "진짜 유물 같아요! 사진 한 장만 찍어주세요!"를 외쳤습니다. 연예인을 만난 반응과 전혀 다를 게 없었습니다.
'국중박 분장놀이'는 코스프레(Cosplay) 문화와 박물관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를 결합한 참여형 행사입니다. 코스프레란 특정 캐릭터나 대상을 의상과 분장으로 구현하는 서브컬처 행위이며, 에듀테인먼트란 교육(Education)과 오락(Entertainment)을 결합한 콘텐츠 방식을 뜻합니다. 국중박 분장놀이는 이 두 요소를 유물이라는 소재로 묶어 냈다는 점에서 국내 박물관 마케팅 사례 중 독보적입니다.
흥미로운 건 이 행사의 탄생 배경입니다. 기획 초기에 일부 관계자들은 '위험'이라고 메모를 건넬 만큼 보수적인 반응이 많았고, 심사위원 중 한 명은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고 단언했다고 합니다. 결과는 센세이션이었습니다. 행사 당일 기획자 스스로도 인정했듯, 이건 기획자가 완성한 행사가 아니라 참여자들이 완성해 준 행사였습니다. 미완성 기획에 국민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채워 넣은 것이죠.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화면으로 볼 때는 '박물관 유물 코스프레'라는 표면만 보였는데, 현장에서 들은 한 참가자의 사연이 오래 남습니다. 취업을 위해 몇 년을 노력했지만 여전히 백수라며, 용기를 얻고 싶어서 직접 옷을 만들어 참가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고딩 아들의 어깨를 토닥이게 된 건 그 순간이었습니다.
2026년 국중박 분장놀이는 전국 단위로 확대되고, 관장상 신설과 상금 확대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두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규모 확장 전에 심사 기준의 내실이 먼저입니다. 단순히 '눈에 띄기 위한' 분장과 유물의 역사적 서사와 조형적 디테일을 깊이 연구해 재현한 분장을 구별하는 정교한 평가 루브릭(Rubric)이 필요합니다. 평가 루브릭이란 다양한 기준 항목을 체계화하여 심사의 일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평가 도구입니다. 이 기준 없이 규모만 키우면 박물관 분장 대회가 예능 오락 쇼로 소비될 위험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보람 있었던 순간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남편이 낚아챈 곤룡포 비치 타월과 파스텔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양손 가득 들고 찍은 가족사진
- 취업 준비생 참가자의 분장 사연을 들으며 사춘기 아들에게 슬쩍 건넨 응원
- 딸아이가 분장 참가자와 나란히 서서 "진짜 유물 된 것 같아요"라며 웃던 표정
2023~2024년 국립박물관 문화재단 뮷즈 굿즈 누적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 공공기관 문화상품 분야에서 손꼽히는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출처: 국립박물관문화재단](https://www.nmfkorea.or.kr)).
박물관이 '무덤 같은 공간'에서 '놀이 공원 같은 공간'으로 바뀐 것에 대해 남편은 현장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유물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데, 그걸 즐기는 방법이 바뀐 거잖아." 저는 그 말이 이 모든 현상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뮷즈를 사고 분장 대회를 보고 나온 그 오후,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도 각자 산 굿즈를 꺼내 보며 떠들었습니다. 주말 오픈런 피로감이 남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 피로감보다 더 오래 남는 건 아이들 얼굴에 피어난 생기였습니다. 2026년 분장놀이 대회가 전국 단위로 열리기 전에, 재고 부족 해소와 심사 기준 정비라는 숙제가 먼저 풀리길 바랍니다. 그래야 이 열기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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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gelM3_m4Rdg&t=2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