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가면 꼭 한 번쯤 들르게 되는 동네가 있다.
내게는 그곳이 양림동과 동명동이다.
처음에는 그냥 유명하니까 가봤던 것 같다.
그런데 한 번 다녀오고 나니, 다음에 광주에 갈 때도 자연스럽게 다시 찾게 됐다.
아마도 이 동네만이 가진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어디를 꼭 찍고 와야 하는 여행지라기보다, 그냥 천천히 걷다 보면 기분이 좋아지는 곳이다.
글을 쓰다보니 내가 좋아하는걸 한번더 알게 되었다
걷기....천천히 걸으면서 뭔가를 보는걸 좋아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번에도 특별히 빡빡하게 계획을 짜지 않았다.
양림동 선교사 사택을 지나 펭귄마을을 걷고, 이이남 미술관에 들렀다가 동명동으로 넘어가는 정도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날이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다.
양림동 선교사 사택, 조용해서 더 좋았던 곳

양림동에 들어서면 분위기부터 달라진다.
시내의 복잡한 느낌과는 조금 다르게,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 같은 동네다.
선교사 사택 주변을 걷다 보면 오래된 건물과 담장, 골목길이 눈에 들어온다.
화려하진 않은데 자꾸만 시선이 머문다.
그냥 지나치기엔 아쉽고, 그렇다고 떠들썩하게 구경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조용히 걸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곳이다.
나는 이런 동네가 좋다.
무언가를 계속 보여주려고 애쓰지 않는데도, 가만히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해지는 곳.
양림동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사진을 많이 찍지 않아도 좋았고, 잠깐 멈춰 서서 주변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여행지라고 해서 늘 바쁘게 움직일 필요는 없다는 걸 이런 곳에 오면 다시 느끼게 된다.
펭귄마을은 생각보다 더 정겹다
양림동을 걷다가 펭귄마을로 가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조용하고 차분했던 골목에서 조금 더 활기 있고 재미있는 공간으로 넘어가는 느낌이다.
사실 이름만 들었을 때는 왜 펭귄마을일까 궁금했는데, 막상 가보면 이름보다 분위기가 더 먼저 기억에 남는다.
골목 곳곳에 오래된 물건들이 놓여 있고, 옛날 느낌이 나는 소품들도 많이 보인다.
그런데 억지로 꾸며놓은 느낌이 아니라, 누군가의 기억을 모아둔 것처럼 보여서 오히려 더 정겹다.
걷다 보면 괜히 웃음이 나는 순간도 있다.
“이건 누가 여기다 이렇게 놔뒀을까” 싶은 물건들도 있고, 어린 시절에 보던 것들이 보여서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가도 재미있어할 것 같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추억을 떠올리며 볼 수 있는 곳이다.
너무 크지도 않고, 부담 없이 둘러보기 좋아서 양림동 코스에 자연스럽게 넣기 괜찮았다.
이이남 미술관에서는 잠깐 숨을 고르게 된다
걷다 보면 중간에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이이남 미술관은 좋은 쉼표 같은 공간이었다.
밖에서 걷다가 안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조용하고, 집중하게 되고, 걸음을 조금 늦추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가 좋았다.
계속 같은 분위기로만 이어지면 여행도 조금은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데, 미술관이 중간에서 흐름을 바꿔주는 느낌이었다.
작품을 보는 시간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잠깐은 바깥의 속도를 내려놓게 된다는 점이 좋았다.
짧게 둘러봐도 괜찮고, 너무 어렵게 느끼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라 편하게 머물 수 있었다.
미술관은 늘 “작품을 잘 알아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 때가 있는데, 여기서는 그런 부담이 크지 않았다.
그냥 내가 느끼는 대로 보고 나오면 되는 느낌이라 오히려 더 편했다.
동명동은 하루의 마지막으로 딱 좋았다
양림동과 펭귄마을, 미술관을 지나 동명동으로 넘어가면 분위기가 다시 바뀐다.
동명동은 조금 더 생기 있고,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감성이 모여 있는 곳 같다.
카페도 많고, 작은 가게들도 많고,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 동명동은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잘 어울렸다.
많이 걸은 뒤에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쉬기에도 좋고, 가볍게 식사하기에도 괜찮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꼭 어디를 가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는 점이었다.
그냥 골목을 걷다가 분위기 좋아 보이는 곳에 들어가면 된다.
이런 여유가 여행을 더 편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동명동은 일부러 계획해서 가기보다, 양림동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들르는 흐름이 더 좋았다.
그래서 하루 코스로 묶었을 때 훨씬 만족스러웠다.
천천히 걸어서 더 좋았던 광주의 하루
이번에 다시 느낀 건 하나였다.
양림동과 동명동은 서둘러 보는 곳이 아니라는 것.
유명한 곳 몇 군데 찍고 바로 이동하는 식으로 다니기에는 아쉬운 동네다.
천천히 걷고, 중간에 잠깐 멈추고, 덥거나 피곤하면 쉬었다가 다시 움직이고,
그렇게 보내는 시간이 이 동네와 더 잘 어울린다.
그래서인지 하루를 돌아보면 특별히 대단한 일을 한 건 아닌데도 기억이 오래 남는다.
골목의 분위기, 오래된 건물, 정겨운 소품, 조용한 미술관, 그리고 마지막에 들른 카페까지
하나하나가 튀지는 않지만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하루를 꽉 채워준다.
광주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양림동과 동명동은 꼭 한 번 넣어보면 좋겠다.
화려한 관광지를 기대한다면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천천히 걷는 여행을 좋아한다면 분명 만족할 만한 곳이다.
나 역시 아마 다음에 광주에 가더라도 또 이 동네를 걷게 될 것 같다.
크게 달라진 게 없어도 좋고, 조금 달라져 있어도 좋다.
이곳은 늘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온도로 사람을 맞아주는 동네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단, 양림동, 펭귄마을, 동명동은 주차난이 심한편이다
나는 그곳에 갈때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혹시, 이곳을 드를 생각이 있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길 강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