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부산 외국인 관광 (관광객 증가, 전통시장, 관광 불균형)

by 카타리 2026. 6. 1.

부산 외국인 관광객 증가

여행자가 300만 명을 넘었다는 뉴스를 들으면 "그래서 뭐가 달라졌는데?"라는 생각이 먼저 드셨나요?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직접 부산에 다녀온 뒤로 그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숫자는 차갑지만, 거리에서 마주한 장면들은 생각보다 훨씬 따뜻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 지출액이 잠정 1조 원을 넘어 전국 2위에 오른 부산, 그 현장을 직접 걸어본 이야기를 꺼내봅니다.

외국인이 부산을 선택하는 이유가 뭘까요

부산역에 내리자마자 들린 건 사투리가 아니었습니다. 중국어, 일본어, 영어가 섞인 말소리가 플랫폼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서 있던 그 자리에서 외국인 가족이 안내판을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번역 앱을 켰습니다. 옆에 있던 시민이 손짓으로 방향을 알려줬고, 그 가족은 연신 고마움을 표했습니다. 그 짧은 장면 하나가 이상하게 기억에 남았습니다.

부산이 외국인에게 매력적인 이유는 관광 콘텐츠 다양성(destination content diversity) 때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관광 콘텐츠 다양성이란 하나의 도시 안에서 자연경관, 음식, 쇼핑, 야경 등 서로 다른 성격의 경험을 한꺼번에 제공하는 역량을 말합니다. 부산은 아침에 돼지국밥 한 그릇으로 시작해서 국제시장에서 쇼핑하고 광안리 야경으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혀 다른 분위기를 하루 만에 경험할 수 있는 도시가 흔하지 않습니다.

특히 타이완 관광객들의 반응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들른 돼지국밥집 옆 테이블에 타이완에서 온 일행이 앉아 있었는데, 처음에는 숟가락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서로 눈치를 봤습니다. 직원분이 다대기와 새우젓을 손짓으로 설명해줬고, 잠시 뒤 그들은 밥을 국물에 말아 먹기 시작했습니다. 한 사람이 국물 한 술을 먹고 엄지를 살짝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타이완 관광객 1,5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선호 음식 조사에서 돼지국밥이 66.9%를 기록했다는 사실이 그냥 나온 숫자가 아니라는 걸 그 자리에서 실감했습니다.

부산을 찾은 외국인들이 어떤 이동 패턴을 보이는지는 도시철도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올해 10월 말 기준 외국어 선택 후 승차권을 구매한 이용객은 약 수만 명으로, 외국어 이용객이 가장 많이 이용한 역 순위는 다음과 같습니다.

  • 1위: 서면역
  • 2위: 해운대역
  • 3위: 부산역

원도심과 해운대·광안리 일대에 집중되는 흐름이 데이터로도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전통시장이 다시 살아나는 것, 정말 좋은 일일까요

국제시장 이불가게 앞에서 저는 한참 멈춰 섰습니다. 처음에는 "여행 와서 이불을?"이라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 외국인 관광객들이 두께를 확인하고 색을 고르면서 꽤 진지하게 쇼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사장님은 얇지만 따뜻하다는 걸 몸짓으로 설명했고, 한 사람은 지인들 것까지 사려는지 여러 채를 골랐습니다. 제가 외국에 가서 그 나라 사람들에게는 평범한 물건을 사 오듯이, 이분들에게는 부산 시장의 이불이 특별한 기념품인 거였습니다.

해운대시장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봤습니다. 떡갈비가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냄새가 골목에 퍼졌고, 외국인 관광객이 메뉴판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다 손가락으로 하나를 가리켰습니다. 주문을 마친 뒤 고기 굽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는 그 사람 옆에서 저도 떡갈비 하나를 사 먹었습니다. 솔직히 특별한 맛이라기보다 시장이라는 공간 자체가 음식의 일부였습니다. 종이컵 어묵 국물, 손에 들고 먹는 김밥,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서서 먹는 분위기. 외국인들이 전통시장을 좋아하는 건 음식만 먹는 게 아니라 분위기를 같이 먹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통시장의 관광지화는 개별 여행(FIT, Free Independent Travel) 트렌드와 연결됩니다. FIT란 패키지 여행이 아닌 여행자가 직접 일정을 짜는 자유 여행 방식을 말하며, 현재 전 세계 관광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형태입니다. 체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FIT 여행자들은 관광버스에 실려 다니는 코스보다 현지인 사이에 섞여 도시를 경험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부산의 전통시장은 그 욕구를 정확히 건드리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걱정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시장이 관광지화될수록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버투어리즘이란 특정 관광지에 방문객이 지나치게 집중되어 현지 주민 생활이 침해되고 관광지 본래의 매력이 훼손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시장은 주민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생활 공간이라는 성격이 살아 있어야 외국인에게도 진짜처럼 느껴집니다. 관광객을 위한 먹거리 골목으로만 변하면 그 생동감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출처: 한국관광공사).

숫자는 좋은데, 부산이 진짜 준비됐을까요

외국인 카드 소비 분석을 보면 부산진구 부전동과 해운대구 우동·중동에서 전체 외국인 카드 사용액의 53%가 나왔습니다. 절반 넘는 소비가 두 지역에 집중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관광 수용력(tourism carrying capacity) 문제와 직결됩니다. 관광 수용력이란 관광지가 환경적·사회적 부작용 없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 방문객 수를 뜻하는데, 특정 지역에만 수요가 몰리면 그 지역의 수용력이 금방 한계에 달하고 다른 지역은 여전히 소외됩니다.

제가 서면역에서 봤던 장면이 생각납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승차권 발매기 앞에 모여 언어를 고르고 노선을 확인하면서 서로 휴대폰 지도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익숙한 사람에게 간단한 이 과정도 여행자에게는 작은 도전입니다. 그나마 지하철역은 다국어 안내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이나 작은 식당으로 들어가면 혼자 이용하기 어려운 곳이 여전히 많습니다. 돼지국밥집에서 직원분이 친절하게 설명하려 했지만, 메뉴판에 먹는 방법이나 재료 설명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관광객들이 덜 당황했을 겁니다.

워케이션(workation) 비자 신청에서 부산이 서울·경기에 이어 전국 3위를 기록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결합한 개념으로, 여행지에 머물면서 원격 근무를 병행하는 방식입니다. 잠깐 다녀가는 관광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무르면서 도시 깊숙이 들어오는 여행자가 늘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이런 방문자일수록 관광 인프라의 세심한 부분을 더 예민하게 느낍니다. 외국인이 많아진 만큼 부산이 더 촘촘히 준비돼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외국인 방문객 경험의 질적 개선이 재방문 의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출처: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광안리 밤바다에서 외국인 관광객에게 사진을 찍어주었을 때 그들이 화면을 확인하고 크게 웃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납니다. 우리에겐 너무 익숙한 광안대교 야경이 그들에게는 부산 여행의 대표 장면이 되는 겁니다. 부산 관광이 진짜 좋은 흐름을 이어가려면 많이 오게 하는 것 못지않게 다시 오고 싶게 만드는 일이 중요합니다. 해운대와 광안리 말고도 쉽게 찾아갈 수 있는 동네가 많아질수록, 메뉴 하나 고르는 데 당황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이 갖춰질수록, 부산에서의 하루가 단순히 "바다가 예뻤다"가 아니라 "사람이 따뜻했고 음식이 기억난다"는 말로 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숫자를 넘어 그런 도시가 되는 것, 그게 부산 관광의 다음 과제가 아닐까요.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rlfOAEnSY3Y